'반얀트리 화재'가 불러온 후폭풍...BNK금융과 부산 경제의 도미노 부실 '우려'

2025-03-04

- BNK금융, 삼정기업 사태로 4000억 익스포져...지역 금융 위기 우려

- 삼정기업 회생 신청, 화재·건설경기 침체 등 '복합 작용'

- 부산·경남 금융·건설 생태계 취약... PF 대출 리스크 관리 시급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부산 반얀트리 화재 사고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부산 향토기업 삼정기업 사태가 지역 금융의 중심축인 BNK금융그룹에 4000억원대 익스포져를 초래하며 부산·경남 지역 금융권과 건설업계 전반에 연쇄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4일 하나증권이 발간한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BNK금융의 삼정기업∙삼정이앤씨 관련 총 익스포져는 약 4000억원 내외다. 이 중 부산은행 980억원을 포함한 그룹사 여신이 약 1450억원, 나머지 2500억원 내외가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로 구성됐다.

보고서는 "PF 대출은 보증 및 담보가 충분해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BNK금융 측 입장"이라면서도 "여신에 대한 담보 및 충당금 기적립 상태에 따라 추가 손실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몇백억원 수준의 비용 처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BNK금융은 반얀트리 사업에 단순히 대출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직접 투자자로서도 참여했다. 취재 결과, BNK투자증권은 2019년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개발사업을 주도한 루펜티스 컨소시엄에 1.2% 지분을 보유하며 참여했고, 토지 중도금 조달과 잔금대출을 담당하며 사업 추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발생한 BNK경남은행 3000억원 횡령 사건에 이은 또 다른 대형 리스크로, 금융권에서는 부산·경남 지역 대표 금융그룹인 BNK금융의 리스크 관리 체계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85년 설립된 중견 건설사 삼정기업의 갑작스러운 기업회생 신청을 두고 일각에서는 화재 사고 책임 회피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건설 및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건설경기 침체와 유동성 위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정기업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건설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2500억원이 넘는 미회수 채권이 발생한 상황에서 반얀트리 화재로 공사비 회수가 불투명해지며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고 해명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삼정기업은 반얀트리 화재 사고 이전부터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화재 사고 이후 금융기관의 추가 자금 조달이 전면 중단되면서 기업회생 신청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삼정기업은 화재 사고 이전부터 자산유동화 작업을 시도했으나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반얀트리 프로젝트에서 1000억원 이상의 공사비를 자체 자금으로 투입했음에도 시행사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고, 5월에 예정돼 있던 자금 회수가 화재로 인해 불가능해지면서 유동성 위기가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은 "금번 이벤트가 비경상 화재 요인으로 촉발된 측면이 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책임 회피보다는 건설경기 침체, 미회수 채권 문제, 화재 사고 이후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중단 등 여러 요인이 기업회생 신청의 원인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삼정기업의 기업회생 신청이 지역 내 협력사들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더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삼정기업과 함께 일한 부산·경남 지역 중소 협력사는 30~40개로 추정되며,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치 공사비를 받지 못해 약 1000억원의 미수금을 떠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지역 협력업체는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자금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부산 지역 건설사들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부도를 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부도나 폐업, 법정 관리에 들어가는 업체가 더 많아질 전망"이라며 "부산의 미분양 증가와 건설사 위기는 지역 금융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 삼정기업 사태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위기를 넘어 부산·경남 지역 금융과 건설업 생태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라며 "지방 금융기관들은 PF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지역 경제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증권은 "금번 이슈가 지방은행들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은행들이 그동안 지방 건설사들에 대한 건전성 관리에 큰 노력을 기울여 왔고 금번 이벤트가 비경상 화재 요인으로 촉발된 측면이 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리스크 관리가 미흡한 상태에서 PF 대출을 확대해 온 측면이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역 금융기관들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지역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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