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4000억 ‘용인 반도체 산단’ 사실상 수의계약

2025-05-21

1조 4000억 원 규모의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이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 공사가 사실상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건설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건 까다로운 입찰 자격 조건을 충족하는 건설사가 단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는 전날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1공구 조성공사에 대해 입찰 재공고를 냈다. 지난달 진행된 1차 입찰이 현대건설 컨소시엄(GS건설·대보건설·금호건설 등)의 단독 참여로 유찰된 데 따른 조치다. 당시 대우건설 컨소시엄도 참여했으나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에서 탈락했다. 이유는 단 하나, LH가 제시한 ‘단지 조성공사 실적 1조 3814억 원이라는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다.

LH는 이번 재공고에서도 동일한 PQ 기준을 유지했다. 이로 인해 현대건설 컨소시엄만이 유일하게 입찰 자격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건설업계는 “사실상 수의계약”이라며 “공공입찰의 원칙인 경쟁이 무의미해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1조 원이 넘는 토목 공사 실적을 보유한 업체는 극히 제한적”이라며 “이대로라면 현대건설 컨소시엄만 참여 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과거 초대형 공공 사업들에서는 경쟁 입찰을 성립시키기 위해 기준을 조정한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10조 5000억 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사업이다. 이 사업은 시공경험 실적 기준을 ‘공항 800억 원 이상’, ‘항만 900억 원 이상’, ‘교량 2400억 원 이상’으로 나눠 제시해 다양한 업체의 참여를 유도했다.

LH 역시 과거 구리갈매역세권, 성남금토 등 대규모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에선 실적 기준을 금액이 아닌 면적으로 제시해 입찰 문턱을 낮춘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공사에서는 같은 방식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LH는 “해당 사업은 총사업비가 1조 4000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공사이며, 2030년까지 공장 가동이 예정돼 있는 만큼 고도의 시공 역량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PQ 기준은 공사 규모와 특성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과 이동읍 일대 728만㎡ 부지에 조성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다. 이 중 이번에 발주된 1공구는 494만㎡에 달하며, 반도체 제조공장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기업, 발전소 등 핵심 인프라의 기초를 다지는 공사로 토공, 관로, 배수지, 옹벽 등 기반시설 조성이 포함된다.

업계는 “초대형 공사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실질적인 경쟁이 배제된 채 특정 업체에 유리한 조건으로 공공사업이 발주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기준 완화 또는 유연한 평가 방식의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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