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한국 반도체 시장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2024-11-12

[FETV=양대규 기자] 차기 미국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많은 우려와 함께 일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원칙적으로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국내 반도체 제조 기업들에게 위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트럼프 역시 중국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기에 이에 따른 반사이익도 일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대만 TSMC에 7나노(nm) 이하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 중단을 요청했다. 앞서 중국의 한 매체는 TSMC가 7나노 이하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중국 반도체 설계기업에 통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 미국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GPU에서 TSMC의 고성능 반도체가 발견 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는 화웨이의 AI용 GPU인 '어센드 910B'를 분해한 결과 TSMC의 반도체가 사용된 것을 발견해 TSMC 측에 알렸다. TSMC는 다시 이를 미국 당국에 통보했다. TSMC 자체조사 결과 자사 고객사를 통해 화웨이가 해당 반도체를 우회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TSMC는 해당 고객사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했다. 이 후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중국 반도체 설계기업 전체에 대한 공급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제공하지 못하면서 업계 2위 파운드리 기업인 삼성전자에게 일부 반사이익이 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를 제외하고는 3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또한 최근 대만 정부의 자국기술 보호 정책 때문에 TSMC의 미국 내 최첨단 노드 생산이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현지시간) IT·전자 전문매체 WCCF테크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자국의 독점 기술을 보호해야 한다며 TSMC가 해외에서 2나노 칩 생산을 못 하게 했다.

앞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이 우리의 칩 사업을 뺏었다"며 "그들은 현재 엄청나게 부유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조치로 보인다.

궈지후이 대만 경제부 장관은 "대만이 미국에서 칩 산업을 훔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만든 칩은 ​​가장 높은 매출 마진을 가진 미국 회사에서 의뢰한 것이다. 트럼프가 이에 대해 조금 오해했을 수 있다. 이를 명확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TSMC와 미국 사이의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TSMC는 현재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라 미국 내 공장을 짓고 55억달러(약9.2조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애리조나 공장은 올 연말 완공 예정이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칩스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펼쳤다. 아울러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만 방어에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에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일부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칩스법으로 64억 달러(약8.9조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TSMC보다 경쟁력이 낮다. 하지만 트럼프와 대만 정부의 상황에 따라 일부 반사이익이 기대될 수는 있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업계는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후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일부 이익을 얻을 기회가 생길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불리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 때 발의한 칩스법의 대상이 타국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으로 바뀌게 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지원하기로 한 보조금을 철회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인텔과 마이크론 등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몰아주거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칩스법으로 받는 보조금의 액수나 형태가 바이든 정부 때보다 축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칩스법과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지급을 비판해 홨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칩스법에 대해 "그 반도체 거래는 정말 나쁘다"고 비판하며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총 4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짓는데 38억7천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트럼프 정부가 지원금 규모를 축소하거나 현지 투자에 대한 요구 조건을 강화한다면 국내 기업들은 설비 투자금과 운영비용 증가라는 악재를 껴안을 수밖에 없다.

또한 트럼프의 중국 규제 정책이 국내 기업에도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28%를 중국 시안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에서 D램의 41%를 다롄 공장에서 낸드의 31%를 제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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