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에 의하면 역대 최단신 여자 프로골퍼는 아멜리아 로러(151cm)다. AI는 이 밖에도 “단신 여자 프로 골퍼는 후루에 아야카(153cm), 메건 강, 모리야 주타누간(이상 155cm) 등이 있다”고 했다.
AI가 다 정확한 건 아니다. 키 150cm 여성 골퍼가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다. AI가 찾지 못할 정도로 키가 작은 그녀는 2025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다.
야마시타 미유(24·일본)가 4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 로열 포트콜 골프장에서 끝난 LPGA 투어 AIG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2언더파 70타, 합계 11언더파로 찰리 헐과 가츠 미나미를 2타 차로 제쳤다.
야마시타를 보면 골프선수에게 키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일본에서 3년간 13승을 기록했다. 2022년과 2023년엔 JLPGA 투어의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탔다. 올해 Q스쿨 1위로 LPGA 투어에 진출해 첫 우승을 메이저로 장식했다.
이번 대회 2라운드까지 11언더파를 친 야마시타는 바람이 분 3라운드 샷난조로 고전했다. 후반에는 티샷을 페어웨이로 한 번도 보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악조건에서도 두 타 만을 잃었다.

최종라운드에선 호두처럼 단단한 그의 경기력이 다시 나왔다. 175cm의 김아림에 한 타 차 선두로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야마시타는 12번 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낚아 3타 차 선두에 나섰다.
위기가 없지는 않았다. 13번 홀(파5)에서 야마시타의 티샷이 벙커에 빠져 3온에도 실패했다. 반면 장타를 치는 김아림은 2온으로 이글 기회를 잡았다. 4타였던 두 선수의 타수 차가 1로 줄어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아림이 이글 퍼트를 넣지 못했고, 야마시타는 6발자국 쯤 되는 파 퍼트를 넣었다.
야마시타를 한 타 차로 추격하던 찰리 헐은 16번 홀에선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면서, 17번홀에서는 3퍼트를 하면서 밀려났다. 헐은 메이저대회에서 4번째 준우승을 했다.

김아림은 2번 홀에서 버디를 하면서 공동 선두에 오르기도 했으나 보기가 6개(버디 5) 나왔다. 7언더파 공동 4위다.
야마시타는 드라이브샷 거리가 짧지만(이번 시즌 247야드, 145위), 아이언이 정확하고 칩샷과 퍼트가 모두 좋아 그린을 놓치더라도 웬만해서는 보기를 하지 않는다. US오픈처럼 전장이 긴 대회에서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페어웨이 런이 많고 장타자의 발목을 잡는 항아리 벙커가 있는 링크스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지난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는 2위를 했다.
우승 상금은 146만2500달러다. 야마시타는 2019년 시부노 히나코에 이어 일본의 두 번째 AIG 우승자가 됐다. 메이저대회로 보면 일본의 여섯번째 우승자다. 야마시타는 올해 여자 PGA에서 공동 6위, 에비앙에서 공동 10위를 기록했다. 신인왕 경쟁에서 일본의 다케다 리오에 68점차 2위가 됐다.
여자 골프 메이저대회에서 일본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 포함 공동 2위(가츠 미나미), 4위(다케다 리오)에 올랐다. 지난 2년간 10개 메이저대회에서 4승을 했다. 한국은 1승이다. 일본이 메이저대회에서 한국 보다 잘 하는 건 이제 뉴노멀이 됐다.
김세영과 김효주가 2언더파 공동 13위다. 김세영은 전반 4타를 줄이면서 6언더파까지 치고 올라왔다가 후반 4타를 잃었다. 임진희, 유해란, 신지은이 이븐파 공동 23위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