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K, 지렛대로 본 기후·건강·생물다양성 동시 해법 제시

2025-12-29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지구 온난화 대응의 핵심 축으로 ‘식량 시스템 전환’이 다시 부상했다.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가 주도한 대규모 모델 연구는 전 세계 식량 시스템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할 경우, 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으로 병행되지 않더라도 이 부문 변화만으로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85°C 수준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동시에 더 건강하고 저렴한 식품 접근성이 개선되고, 농업이 생물다양성 보전과 양립할 여지도 커진다는 분석이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현 추세가 이어지는 경로를 대표하는 표준 SSP2 시나리오를 기준선으로 두고, 여기에 (1) 식량 시스템의 급속한 변화 시나리오, (2) 식량 시스템뿐 아니라 다른 경제 부문까지 지속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확장 전환 시나리오 등 총 3개 경로를 설정해 비교했다.

분석에는 PIK가 개발한 농식품 시스템 모델 MAgPIE가 핵심 엔진으로 활용됐고, 여기에 다른 기관 모델들을 결합해 기후 영향뿐 아니라 인간 건강, 환경, 사회 정의, 경제적 산출까지 함께 평가하는 프레임워크를 구성했다.

PIK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식품 시스템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이 부문을 지속가능성으로 단호하게 전환하면 온난화를 늦출 뿐 아니라 기대수명 증가, 질소 오염 감소, 빈곤 완화 등 다양한 목표로 함께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식량 시스템 변화를 23개 ‘지렛대(levers)’로 세분화해 각각의 효과와 상충 관계를 따졌다. 지렛대는 크게 다음 범주로 묶인다. ▲식단 전환(행성 건강 식단 연계): 설탕·육류·유제품 섭취를 줄이고, 콩류·채소·과일·견과류·통곡물 중심으로 이동 ▲수요 측 변화: 기아 해소, 과식(과잉섭취) 감소, 음식물 쓰레기 감축 ▲생산·환경 측 변화: 환경 보전 강화, 지속가능 농업으로의 전환

연구는 “개별 지렛대만 단독으로 작동할 때는 장단점이 엇갈릴 수 있지만, 여러 지렛대를 결합하면 명확히 긍정적 결과가 강화된다”고 본다. 즉, 기후 완화·건강 증진·환경 보전·형평성 개선을 단일 정책으로 달성하려 하기보다, 패키지로 설계할수록 효과가 커진다는 메시지다.

연구팀은 식량 시스템 전환이 더 넓은 사회·경제 전환과 결합될 때의 효과도 별도로 점검했다. 확장 시나리오에는 식량 시스템 외부의 추가 수단 5개(인구 증가율 감소, 지속가능한 사회경제 발전, 화석연료에서 더 빠른 전환, 화석 기반 소재 대신 바이오플라스틱 확대, 철강·콘크리트 대신 건설용 목재 사용 확대)가 포함된다.

이 확장된 전환 경로에서 연구는 2050년 1.5°C 한계 달성 확률 38%, 2.0°C 한계 달성 확률 91%를 제시했다. 건강 측면에서는 당뇨병·심혈관 질환 등 식단 관련 위험이 감소하고, 경제적 산출은 기준선보다 높아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극심한 빈곤 인구도 단순한 ‘소폭 감소’가 아니라, 기준 시나리오 대비 4분의 3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구체적인 정책 수단(규제·보조금·세제·커뮤니케이션 전략 등)을 무엇으로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다루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PIK의 헤르만 로체-캄펜(기후 회복력 연구 부서 책임자)은 “정책 도구의 선택과 실행 방식은 회피하는 대신, 상호 의존성을 정량화하고 긍정적 미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정책 목표의 수준을 가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결론은 명확하다. 식량 시스템은 기후 완화의 ‘부수적 영역’이 아니라, 기후·건강·빈곤·생물다양성을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다목적 지렛대다. 다만 실제 전환은 농업 생산, 소비 습관, 무역 질서, 소득·노동 조건까지 얽힌 복합 과제인 만큼, 지렛대들을 단일 처방이 아닌 조합형 패키지로 설계하고, 에너지·산업 전환과의 접점을 정교하게 맞추는 정책 역량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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