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혁신을 내세우며 야심차게 출범한 디지털 보험사들이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범 당시 디지털 보험사들은 시장 경쟁을 활성화할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시장 정착마저 어려운 상황이 됐다.
비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낮은 소액단기보험을 주로 판매하는 영향이다. 암보험, 건강보험과 같은 장기보험도 늘리고는 있으나 비대면 영업으로는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판매채널 유연화 등 규제완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보험사 5곳(캐롯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신한EZ손해보험)은 지난해 총 188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중 캐롯손해보험의 적자가 662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이어 카카오페이손해보험 482억원, 하나손해보험 308억원, 교보라이프플래닛 260억원, 신한EZ손해보험 174억원 순이다.
이같은 디지털 보험사들의 실적 부진은 비대면 채널의 한계와 미니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 때문으로 분석된다.
디지털 보험사는 설계사나 영업점 없이 온라인만으로 보험을 판매·운영하는 회사로 현재 보험업법 규정상 보험계약 건수와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CM, TM, 우편 등으로 모집해야 한다.
비대면 시장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보험시장은 여전히 설계사 위주의 대면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상품구조가 복잡한 장기보험의 경우 설계사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포트폴리오도 여행자보험, 자동차보험 등으로 구성돼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들이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암보험, 종신보험 등과 같은 장기보험을 판매해야 하는데 장기보험의 경우 보장 내용과 약관 등 설계사의 설명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워 설계사 없이 비대면으로는 판매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디지털 보험사들이 포트폴리오를 장기보험으로 확대해나간다면 차별성이 사라질 수 있어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당국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보험사들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일상생활과 관련한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하거나 소비자의 편의성을 제고하는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보험사는 비대면을 중심으로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판매 비용을 줄이는 사업모형인 만큼 국내 보험산업에 정착한다면 새로운 경쟁과 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렴한 가격과 가입 편리성을 차별성으로 내세우는 만큼 고객이 직접 보험사를 찾는 인바운드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른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산업의 다양한 사업모형을 위해 인슈어테크의 소액단기전문보험사 인가를 통한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방안과 실질적인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규제 완화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