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 타인에게 입힌 손해
공사업자가 모든 책임 떠안아
금전적 손실로 경영악화 우려
공사업법 개정안 국회 계류
보험·공제 가입 의무화 추진
전기는 상임위서 개정안 의결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정보통신공사업자가 부담하고 있는 손해보험료를 공사 도급비용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현행 정보통신공사업법에서 손해배상책임을 공사업자에게 전적으로 전가하면서, 유사시 중소 정보통신공사업체의 금전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바탕을 두고 있다.
■ 공사업자 경영난 땐 배상 어려워
이와 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기정위) 최형두 의원은 지난 1월 7일 손해배상보험 가입비용의 도급비 계상과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 정보통신공사업법의 미비점을 짚으면서 정보통신공사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발주자와 공사업자,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보완 규정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현행 정보통신공사업법 제35조는 공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살펴보면 공사업자는 고의 또는 과실로 공사의 시공관리를 부실하게 해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또한 공사업자는 그 손해가 발주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일 때에는 발주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울러 수급인은 하수급인이 고의 또는 과실로 하도급받은 공사의 시공관리를 부실하게 해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하수급인과 연대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수급인이 그 손해를 배상한 경우에는 배상할 책임이 있는 하수급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행 법률에서 심각하게 짚어봐야 할 문제는 손해배상책임을 모두 공사업자가 지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공사업자 대부분이 영세한 중소업체인데 불의의 사고 발생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안게 되면 금전적 손실이 발생해 경영상태가 크게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공사업자가 경영난을 겪게 되면 정작 피해자에게는 충분한 배상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책임 범위 명확하게 규정
이에 개정안은 공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타인’에서 ‘해당 공사 목적물 또는 제3자’로 명확하게 규정했다. 아울러 발주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보험 또는 공제가입에 따른 비용을 도급 비용에 계상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경우 공사업자는 손해배상보험을 보장하기 위한 보험 또는 공제에 반드시 가입하도록 했다.
더불어 보험 또는 공제가입에 따른 비용을 도급 비용에 계상하지 않은 발주자나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지 않은 공사업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이 같은 내용의 정보통신공사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과기정위에 계류돼 있다. 국회 과기정위는 지난달 5일 열린 임시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검토했다.
한편, 현행 국가계약법 시행령 및 계약예규는 추정가격 200억원 이상 공공 발주공사에 대해 계약당사자가 공사손해보험에 가입하거나 계약상대자에게 공사손해보험에 가입하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계약상대자에게 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경우 예정가격에 보험료를 계상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계약법 시행령과 행정안전부 예규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에 명시된 내용도 이와 엇비슷하다. 그렇지만 정보통신공사의 경우 대부분이 소규모 공사여서 국가계약법령과 지방계약법령, 관련 예규의 내용을 적용받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공사업 분야에서도 손해배상 책임 관련 규정을 보완하기 위한 법률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이철규 의원은 지난해 8월 28일 전기공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과 보험·공제가입 의무를 규정하는 내용의 전기공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다. 해당 법안은 국가 등이 발주하는 전기공사의 경우 발주자가 보험·공제 가입비용을 도급 비용에 계상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국회 산자위는 이달 9일 해당 법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 전기 설계·감리도 법률에 명시
현행 전력기술관리법도 전력시설물 설계·감리업자의 손해 배상책임과 보험·공제가입 의무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해당 규정을 살펴보면, 설계·감리업자가 설계·공사감리 용역계약을 이행할 때 고의 또는 과실로 해당 용역 목적물 또는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이를 배상해야 한다. 또한 그 배상을 담보하기 위해 설계·감리업자는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해야 한다. 이때 발주자는 보험 또는 공제가입에 따른 비용을 용역 비용에 계상해야 한다.
소방분야의 경우 소방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소방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위한 보험 또는 공제의 가입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살펴보면 소방사업자가 업무를 수행할 때 고의 또는 과실로 해당 용역 목적물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아울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방사업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해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해야 한다. 이 경우 국가 또는 지자체, 공공기관 등은 소방사업자의 보험 또는 공제 가입에 따른 비용을 도급비용에 계상해야 한다.
건설분야의 경우 건설산업기본법에 건설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건설산업기본법은 손해보험 및 공제가입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으며, 의무 사항을 지키지 않은 것을 제재하는 규정도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설계·감리 등 여타 건설분야의 경우 손해배상보험 및 공제가입을 의무로 하는 규정이 건설기술진흥법, 건축사법 등에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