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 ‘AI 금융’전쟁에 올해 5.6조원 투입”

2025-09-09

미국의 은행권 선두주자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2025년 130억 달러(약 18조 1129억 원) 규모의 기술 예산 중 40억 달러(약 5조 5724억 원)를 인공지능(AI)에 투입한다. BofA의 신임 최고기술책임자(CTO) 하리 고팔크리슈난은 “불필요한 기능에 돈을 쓰지 않고, 고객·직원에게 실질적 효용을 주는 AI를 매달, 매분기마다 내놓겠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최근 밝혔다.

고팔크리슈난 CTO는 “기존 앱의 일반적인 알림 대신, 내게 특화된 정보와 알림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는 고객의 정기적인 헬스장 결제 금액이 평소보다 많이 나왔을 때 이를 알려주는 BofA의 기존 앱 기능처럼, 고객 개개인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라고 WSJ는 설명했다.

BofA의 AI 챗봇인 ‘에리카(Erica)’는 2018년 출시 이후 30억 건 이상의 상호작용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직원용 버전으로도 출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현재 21만 3000명의 직원 중 90% 이상이 이를 사용한다.

신중한 투자와 신속한 실행

고팔크리슈난 CTO는 “AI 기술 투자가 막대한 비용을 수반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필요한 기능에 대한 과도투자와 과잉설계를 피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고가 AI 칩(GPU. 그래픽 처리장치)과 클라우드 자원 비용을 언급하며, “낭비 없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라우드에서 사용하는 자금과 자원도 결코 저렴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전반의 AI 도입 현황을 추적하는 에비던트의 공동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알렉산드라 무사비자데는 “은행업은 첨단 AI 활용 사례를 확보하는 데 있어 극도로 경쟁이 치열한 분야가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BofA는 지금까지 잘 포지셔닝해 왔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BofA는 이미 상업 금융 부문에서 고객 미팅 준비 서류를 자동 생성하는 AI 도구를 개발했다. 고팔크리슈난CTO에 따르면, 이전에는 은행원들이 △고객 포트폴리오, △거래 내역, △고객 관계 관리 소프트웨어, △제3자 리서치 등 다양한 시스템을 직접 탐색해야 했다. 이 과정은 신입 은행원에게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릴 수 있었다.

BofA는 또 자산관리 부문에서는, 고객에게 적절한 투자 기회를 선제적으로 알리는 특화된 AI 챗봇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메릴의 부자 관리팀과, 뱅크오브아메리카 프라이빗 뱅크 팀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AI 챗봇도 보유하고 있다. ‘애스크 메릴(ask MERRILL)’과 ‘애스크 프라이빗 뱅크(ask PRIVATE BANK)’라는 이 도구들은 자문위원들이 관련 투자 기회에 대해 고객과 선제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돕는다.

BofA는 AI 기술과 관련해 1400개에 달하는 특허를 신청했다. 그중 절반 이상을 승인받았다. 이는 무사비자데 CEO의 평가처럼, BofA가 AI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WSJ는 밝혔다.

BofA는 현재까지 사용량이 수익성 개선과 매출 증대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논평을 거부했다. 무사비자데 CEO는 해당 분야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가 2026년과 2027년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리더십 교체

고팔크리슈난CTO는 BofA에서 14년간 근무한 후 지난 7월 CTO 직책에 취임, 브라이언 모이니한CEO에게 보고하고 있다. WSJ이 입수한 내부 메모에 따르면, 그는 6만 명의 직원을 총괄한다. 이 은행에서 은퇴하고 외부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예정인 아디티야 바신의 후임이다. 고팔크리슈난과 은행에서 거의 22년을 근무한 바신은, 에리카 프로젝트를 포함해 긴밀히 협력해왔다.

신기술에 40억 달러 투자

고팔크리슈난CTO는 “범용의 Erica 외에도, AI를 활용한 기회는 훨씬 더 많다”며 “특히 직무별 생산성 도구와, 복잡한 업무 흐름을 완전히 자동화하면서도 결과물을 재확인하기 위해 인간이 개입하는 방식의 도구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은행은 이미 일부를 구축했다. 예를 들어, 상업은행 부문에서는 고객 회의에 앞서 은행원들을 위한 준비 문서 초안을 생성하는 AI 도구를 보유하고 있다.

고팔크리슈난CTO는 이러한 직무 특화 AI 도구에 대해 “앞으로 더 많이 활용할 것”이라며, 향후 몇 개월 동안 AI 기반 기능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대광고에 휩쓸리는 무분별한 투자는 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Erica에 음성 AI 기능을 탑재하기 시작했을 때, 고객들이 개인 금융 관련 질문을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을 꺼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추가 투자를 중단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는 성공적인 투자뿐만 아니라, 실패한 투자를 빠르게 회수하는 유연성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WSJ는 진단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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