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연필 세우다-전지영

2024-11-17

세 손가락으로 너를 세우면

내 뜻 흘러들어 곧게

네 까만 몸짓이 된다

생각하므로 글이 되는

너의 행적은 인류의 표의와 표음

검은 심으로

붉은 사랑도 그려낸다

인류가 읊는 모든 경은

우주란 백지에 달려나간 너의 행적

신화에서 달빛까지 긴 여정을

몽당의 네 처절한 몸부림으로 가라

혀 끝 서로 닿아서

더 또렷해지는 진실 또는 사랑

△ 연필은 검은 심을 품고 있습니다. 연필이 품은 검은 심은 연필의 “몸짓”입니다. 또한 “우주라는 백지에 달려 나간” “행적”도 됩니다. 몽땅한 몸이 될 때까지 연필은 “백지”에 “신화”며 “달빛”을 “처절한 몸부림”으로 갈 것입니다. 우리가 가끔 연필심에 침을 바르는 행위는 연필의 “더 또렷해지는 진실”에 힘을 보태는 일입니다. 필통에 꽂혀있는 연필은 영락없이 무기처럼 보입니다. 연필이 칼보다 강한 이유는 연필의 이런 모습 때문일 겁니다. 제 몸 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연필은 품고 있는 심을 놓치지 않습니다./ 김제 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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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흑심 #행적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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