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TV] 은행나무, 고대의 신비・가을의 철학을 품다

2024-11-17

깊어가는 가을, 바람 소리 속에서 은행잎이 속삭인다.

동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기원한 은행나무(Ginkgo biloba)는 약 1억 7천만 년의 역사를 품은 고대 식물로, 동방의 신비를 담아 서양에 전파된 자연과 가을의 상징이다. 은행나무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식물의 전파와 적응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서로를 이어 온 긴 여정을 상기시킨다.

은행나무가 서양에 처음 소개된 것은 1691년, 독일의 식물학자 엥겔베르트 캄프퍼가 일본에서 씨앗을 가져오면서다. 이후 은행나무는 유럽과 북미로 확산되며 도시 환경에서 공기 정화와 경관 미화에 기여했다.

서양에서는 은행잎의 독특한 모양이 철학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독일의 시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시 'Gingo biloba'에서 은행잎을 사랑과 통합의 상징으로 노래하며, 하나이자 동시에 둘인 잎의 모양을 삶의 철학으로 풀어냈다.

올해 유난히 흐리고 비가 잦았던 가을은 은행나무의 존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공원과 거리마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산뜻한 명암을 그리며, 그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그리움과 허무, 설렘과 고독이 교차하는 이 계절은 자연 속에서 삶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은빛 억새가 춤추는 들판, 청명한 하늘 아래 펼쳐진 낙엽의 물결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무게를 덜어내는 시간을 선사한다.

이러한 계절의 정취 속에서 은행나무는 단순한 나무를 넘어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을 잇는 다리와 같다. 그 잎에 담긴 철학적 의미는 계절의 깊이를 더하며, 은행나무의 존재가 주는 교훈은 오늘날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은행나무의 역사를 되짚고, 가을이라는 계절이 가진 철학적 성찰의 가치를 공유해 본다. 은행나무는 단지 가을의 배경이 아닌, 자연과 인간의 긴 이야기를 품은 산 증인이다. 2024년의 가을 끝자락에서, 은행잎 속에 담긴 자연과 철학의 조화를 떠올리며 우리 모두의 시간이 따뜻하게 빛나기를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곡성/ 김영주기자

0joo-K@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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