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 이끌고 우간다 간 한국 의사, 소외계층 40만 명에 새 삶

2024-09-24

“3형제 중 장남인데, 전문의 취득하고 아프리카 간다고 하니 부모님 반대가 거셌죠. 한 번 우간다에 와보시고 ‘짐 싸서 빨리 돌아가자’고 하시더라고요”

24년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의료 소외계층과 난민을 치료해온 베데스다 메디컬센터 임현석 원장(59)의 말이다. 여전히 우간다에 머물고 있는 임 원장은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간다의 척박한 환경보다 부모님의 그런 말씀이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부모님은 결국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그는 “5년 정도 지나 하신 ‘자랑스럽다’는 말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제36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이날 임 원장을 포함한 아산상 수상자 명단을 공개했다. 아산상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거나 효행을 실천한 개인 또는 단체를 격려하는 의미에서 1989년 제정됐다. 임 원장은 “하늘에 계신 부모님 두 분이 지켜보고 계실 것”이라며 영광을 돌렸다.

임 원장은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재학 시절부터 아프리카의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꿈꿨다. 1999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던 해 그는 우간다에서 활동 중인 학교 선배로부터 우간다의 의료환경과 현지 병원 설립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그 꿈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 2000년 6월, 서른다섯 젊은 의사는 다니던 병원을 그만두고 의대 동기인 부인과 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우간다로 떠났다. 한국의 안락한 삶을 뒤로 한 선택이었다. 임 원장은 “배운 것을 나누자”는 마음으로 아프리카에 갔다. 그는 “조선 말부터 선교사들이 병원·학교를 짓는 데 앞장서면서 그 시대에 많은 기여를 한 역사를 보고 꿈꿨던 것”이라면서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나눌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제 도움이 필요한 아프리카로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음처럼 되는 게 하나 없었다. 임 원장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언어와 환경이 다른 건 예상했지만 의사가 의술을 펼칠 수 있는 병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우간다로 가면 바로 진료를 할 수 있다고 알고 왔는데, 병원도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결국 임 원장은 우간다 정착 2년 만인 2002년,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 베데스다 클리닉을 지었다. 임 원장은 “병원 부지 구입·등록부터 인부 고용까지 1년 넘게 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5명의 직원과 출발한 병원은 일반 환자들은 현지 사립병원의 30∼50%에 해당하는 비용으로 진료하고 빈민과 장애인들은 무료로 진료했다. 현재 6개 진료과 37명의 의료진과 직원들이 근무하며 월 평균 1900여 명, 지금까지 약 30만 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았다.

경북대 의대 동기인 부인 최영단 씨도 힘을 보탰다. 한국에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최 씨는 우간다에 많은 실명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현지 국립대 의대에 입학해 안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임 원장은 “저희 두 사람을 볼 때마다 환자들이 감사하다고 말하니 보람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의료시설이 없는 지역에 사는 소외된 우간다 주민들을 위해 섬 지역에 진료소를 세워 의료봉사도 하고 있다. 임 원장과 의료팀이 무의촌 진료소에서 15년간 치료한 주민은 약 4만5000명, 의료캠프에서 23년간 치료한 난민은 약 3만8000명이다. 임 원장은 “우간다에 출산 합병증인 발달장애, 뇌전증 환자가 많은데, 앞으로 이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뇌전증 소아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2021년부터 1년 간 경북대학교병원 소아신경과에서 전임의 수련을 받았고, 2022년 5월 병원 내에 뇌전증 클리닉을 개설했다.

우간다에 정착한 지 24년, 여전히 가장 보람찬 일은 “환자가 새로운 삶을 얻는 것”이라고 임 원장은 말했다. 그는 “시계·라디오 고치는 일을 하던 한 주민이 백내장에 걸려 보호자와 병원을 찾아왔다”면서 “사실 큰 수술은 아니지만, 병원 나갈 때는 눈을 뜨고 혼자 걸어갈 수 있으니 그들에겐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아산상 의료봉사상 수상자로는 고영초 요셉의원 원장(71)이, 사회봉사상 수상자(단체)로는 국제개발 비정부기구 지구촌나눔운동이 선정됐다. 고 원장은 51년간 영등포 쪽방촌의 무료진료병원인 요셉의원, 전진상의원, 라파엘클리닉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며 쪽방촌 주민과 이주노동자 등 약 3만 명의 의료 사각지대 환자들을 치료했다.

1998년 세계 빈곤퇴치와 시민사회 발전을 목표로 설립된 지구촌나눔운동은 베트남에서 시작한 ‘암소은행’ 사업으로 개발도상국 주민 교육과 소득 증가에 힘써왔다. 암소은행은 사업 대상 마을에 1%의 저금리로 암소 구입비를 대출해주고 3년 후 대출금이 상환되면 이를 다른 농가의 암소 지원금으로 사용하는 방식의 순환형 소액대부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영세 농민과 장애인 등 베트남에서만 4000가구가 암소를 통해 자산을 형성해 가난을 극복했다. 몽골의 가난한 유목민들에게 젖소를 사도록 지원하는 가축은행, 르완다 암소은행 등으로 이어졌다. 아산상 복지실천상 수상자로는 김 국보(44) 씨 등 5명, 자원봉사상은 나우리봉사단 등 5명(개인・단체), 효행가족상에는 김명희(56) 씨 등 5명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11월 25일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열린다. 대상 수상자에게 3억원, 의료봉사상과 사회봉사상 수상자에게 각각 2억 원 등 6개 부문 수상자 18명(단체 포함)에게 총 10억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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