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영 중인 책방은 정읍 유일의 독립서점이다. 책은 내가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서 들여놓는데 그 기준은 매우 모호하다. 최근의 개인적인 관심사, 사회적인 이슈, 계절의 흐름, 좋아하는 작가 또는 출판사 등등 일관성이나 장르의 구분이 따로 없다. 출판사나 유통사의 도서 유통에 대한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책을 구비 하는 서점을 독립서점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책방은 꽤 독립적인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방에는 ‘나도 책방을 하고 싶은데’ 하며 궁금한 것들을 묻고 가시는 분들이 종종 오는데 내 대답은 한결같다. 꼭 책방 여시라고 말씀드린다. 동종 업계 사람들을 늘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이유이다. 특히 정읍에 열고 싶다 하시는 분의 경우에는 더욱더 꼭 책방 여시라 강권을 하곤 한다. 정읍이 소도시이긴 해도 엄청나게 다양한 책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을 만족하기 위한 서점을 찾고 있을텐데, 정읍에는 하필 나 혼자 책방을 하는 바람에 나와 취향이 같지 않은 독자들은 가고 싶은 독립서점이 없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어린이 손님 한 명이 원하는 로맨스 소설을 찾지 못해 돌아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기껏 이 작은 책방엘 시간을 내어 찾아왔는데 한참을 서성이며 책을 고르다 이내 돌아가는 손님들을 보고 나면 더욱 다른 독립서점의 존재들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하지만 나의 필요와는 별개로 책방을 운영하고자 문의하는 분들의 주 관심은 대부분 경제성이다. 책은 소비자가격이 정해져 있고, 공급가도 정해져있다. 인터넷을 포함한 전국의 모든 서점이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되어있다. 많이 팔지 않으면 결코 높은 소득을 기대할 수 없다.한 달에 얼마 정도를 벌기 원하시냐고 여쭤보고, 그에 맞는 판매량과 매출을 말씀드리면 질문하신 분의 얼굴은 어두워진다. 책방주인마다 다르겠지만 책만 팔아서 유지하시는 분들도, 공간을 대여하거나 독서모임을 하거나, 나처럼 음료를 판매하는 분들도 계신다. 각자의 능력과 사정에 맞추어 책방지기의 삶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전략은 다양하지만 목적은 하나임이 분명하다. 책 속의 세계를 나누는 일을 멈추고 싶지 않아서 책방을 운영한다고 해도 넘치지 않을 것이다. 경제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책방지기의 역량을 넘어서는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웃 도시 전주시의 경우 <전주시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시행되고 있다. 전주시는 전국적으로 인구대비 가장 많은 지역서점이 위치한 도시 중의 하나이고, 도서관 또한 그 못지않게 많은 수를 자랑한다. 다양한 테마의 작은도서관과 작은서점들의 상생을 위해 조례를 통한 정책들을 시행중이고, 전국 규모의 도서전과 국제 도서전을 개최하는 등 독서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조례와 서점 수의 상관관계는 우상향이다. 전국의 독립서점들이 늘 문닫는 소식을 알리는데 전주시의 독립서점은 줄기는커녕 폐점 없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전주시의 조례가 부럽기도 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수많은 작은 서점들의 존재가 너무 부럽다. 이들 독립서점들은 든든한 버팀목을 딛고 본래 독립서점이 가고자 하는 길을 걷고 있다. 다양한 책 속의 세계를 나누는 일을 다양한 목소리로 하고 있다. 정읍시에서도 가능할까. 나도 언젠가는 동료를 가질 수 있을까. 요원한 그 날을 기다린다.
유새롬 작은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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