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일본 도쿄 긴자의 한 가게. 잔뜩 신이 난 표정의 한 외국인 커플이 ‘신상품’ 표시가 된 진열대 앞을 한참 떠나질 못한다. 떡으로 감싼 쫄깃한 식감의 딸기롤과 쇼콜라, 크런치 초콜릿 파이슈, 생초코 찹쌀떡에 바움쿠헨…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디저트를 골라든 이들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연간 약 161억8000명이 찾는다는 그곳. 편의점이다.
‘반드시 사와야 할 목록’이 존재할 정도로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일본 편의점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도쿄 토요스에 1호점이 문을 연 것이 1974년. 24시간 영업을 시작했지만, 동네 마트와 진배없던 편의점에 손님 발길이 급증한 건 ‘주먹밥’ 덕이었다. 누구라도 손쉽게 찾아와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주먹밥(1978년)을 선보이면서 야근하던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복사기 설치(1982년), 공과금 대납(1987년)에 이어 화장실을 개방(1997년)하면서부터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콘서트 티켓, 게임 신작, 화장품과 옷까지 살 수 있는 만능 가게로 변신한 데 이어 주먹밥과 도시락, 디저트 등 먹거리의 진화도 이어졌다. 일본 전역에 있는 5만7000여 곳의 편의점엔 매주 약 100개에 달하는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TV 방송에선 편의점 간식 배틀 프로그램이 생겨날 정도로 편의점은 일본인들의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지난 50년간 달라진 건 편의점 상품만이 아니었다. 편의점 전문가인 와타나베 히로아키(渡??明) 소비경제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90년대만 해도 일본에서 편의점은 젊은이들의 가게로 불렸어요.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시니어들의 편의점이 됐어요.”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기준 손님의 37.7%가 50세 이상.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고객층 역시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편도로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곳, ‘뭐든지 다 있는’ 편의점이 어르신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가장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인구가 줄어 마트마저 철수한 지방에선 편의점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최근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로봇이 배달 실험에 나선 곳도 생겨났다. 그뿐만 아니다. 후쿠이현에선 편의점이 치매 어르신이 안전히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지킴이 노릇도 담당하고 있다. 일본프랜차이즈체인협회는 아예 편의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치매 서포터 강좌까지 열고 있다.
‘한국이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소리를 듣는 일이 이젠 일상처럼 되어버린 지금, 우리도 ‘어르신 편의점 시대’를 생각해볼 때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