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은행이 일본 미즈호은행에서 2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돈독한 신뢰 관계를 이어갔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미즈호은행에 대한 차입금은 지난해 연말 기준 7191억 원으로 전년보다 2033억 원 증가했다. 늘어난 차입금 대부분은 신규 엔화 대출이다. 지난해 환율 상승에 장부상 원화대출 잔액도 소폭 늘었다.
신한은행이 엔화 차입을 늘린 것은 일본 현지법인인 SBJ에 대한 출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환율이 출렁이면 엔화 출자금에 대한 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엔화 대출을 일으켜 위험을 회피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이전까지 환 헤지 수단으로 외화 사채를 활용했으나 미즈호은행이 보다 나은 금리 조건을 제시하면서 조달처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외화 사채 만기에 맞춰 복수의 기관들에 자금 조달 조건을 확인했다”면서 “미즈호은행의 금리 경쟁력이 가장 높아 이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미즈호은행과 대규모 거래를 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신한은행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미즈호은행과 500억 엔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도 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국내 금융시장의 유동성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민간은행이 이례적으로 일종의 외환 방파제를 마련해준 것이다. 당시 냉랭한 한일 관계 속에서 이뤄진 계약이라 금융계의 이목을 끌었다.
양 사가 금융 협력 범위를 넓히는 것을 두고 수십년을 두고 쌓아온 신뢰 관계가 작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즈호그룹은 2006년 신한금융지주 주식 0.5%를 인수하며 신한금융과 연을 맺었다. 이는 일본 금융사의 첫 번째 국내 금융사 투자라 금융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양 사는 이듬해부터 은행을 주축으로 증권, 자산운용 실무자 간 협의체를 정례적으로 운용하며 신뢰를 다져왔다.
‘일본통’인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일본 금융계와 교류를 늘리고 있는 만큼 다른 일본 은행들과의 협력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은 올 1월에도 일본을 찾아 일본 금융청과 일본은행(BOJ) 같은 금융감독 당국을 비롯해 다이와증권·SMBC 등 8개 기관의 수장 및 관계자들과 금융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신한금융의 모태도 재일 교포 주주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진 회장이 SBJ법인 대표도 거친 터라 일본에서 쌓아온 금융계 인맥이 두텁다”면서 “진 회장 취임 뒤로 일본계 금융사와의 교류가 더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