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외부 인사의 임원 영입에 내부 승진의 길이 막히는 등 인사적체로 인한 폐해가 크다며 외부 인사 영입에 제동을 건 보험연수원이 최근 임원급 자리인 본부장직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출신 인사 영입을 검토, 추진하고 있어 보험연수원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국민의힘 3선 이력의 정치인 출신인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지난해 9월 원장으로 공식 취임한 후에도 1년 넘게 공석 상태였던 부원장 자리를 채우지 않은 채 공석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다.
즉, 그 동안 보험연수원의 부원장 자리에는 생손보 양협회 수석 상무들이 퇴임한 후 이어 받아온 게 인사 관행이었으나, 보험연수원 노조 등 내부 직원들은 내부 승진의 길을 막아 직원들의 사기 저하가 우려된다며 반대해왔고, 하 원장 역시 이를 이유로 양협회의 적극적인 요청에도 불구 후임 부원장 선임을 거절, 보류했다.
하지만 최근 보험연수원이 금감원 출신 인사를 본부장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와 적잖은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노조는 향후 금감원 인사의 영입이 추진될 경우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20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보험연수원은 최근 임원급인 본부장직에 외부 인사인 금감원 출신 김 모 실장을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보험연수원의 본부장에 김 실장의 영입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미 금융당국 내에서는 많이 알려진 사실로, 아직 사표는 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모 실장은 연세대를 졸업한 후 1995년 보험감독원에 입사, 보험제도팀장과 보험상품감독국 3팀장, 보험감독국 부국장, 제주지원장을 거쳐 지난해 초까지 연금감독실장을 지낸 인물로 알려졌다. 현재 보직을 떼고 금융감독원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당초 보험연수원은 금감원 국장급 인사들이 원장으로 선임돼 오던 자리"라며 "그러나 어느순간 퇴직 후 재취업 길이 좁아지면서 급기야 부원장보 출신이 선임되더니 지난 2018년 정희수 원장부터 3대째 정치인 출신들이 줄곧 원장 자리를 꿰차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재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보직이나 급여 등 과거에 비해 처우가 열악해졌음에도 일단 재취업을 하는게 급선무가 됐다"면서 "보험연수원의 경우 하 원장이 당분간 부원장을 선임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에서 하 원장을 뒷받침해줄 임원급 인력은 필요해진 반면 노조의 눈치는 보지 않을 수 없으니 우회적으로 본부장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보험연수원은 지난 1월 1일자로 일부 승급 및 보직변경 인사를 단행하면서 2명의 본부장 중 1명을 본부장직에서 면직시킨 상태다. 즉 경영지원본부를 맡아온 배병환 본부장과 연수본부를 총괄한 연제은 본부장 체제로 운영돼 왔으나 연 본부장을 면직시키고 부산국제금융연수원 행정실장으로 이동, 배치했다. 이후 연 본부장의 후임에 대한 승진 인사 없이 연 본부장의 업무를 배 본부장이 겸직해 맡도록 했다.
즉 2개의 본부를 배 본부장이 겸직, 혼자 맡아오고 있는 셈이다. 이에 연 본부장의 후임 인사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정작 내부 승진이 아닌 외부 인사 영업설이 제기되자, 보험연수원 노조 등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 본부장 후임에 내부 승진인사가 아닌 금감원 김 모 실장을 영입한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 건 사실인 듯 하다"며 "하 원장이 내부 승진과 직원들 사기 저하 등을 이유로 외부 인사를 영입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금감원 출신을 본부장으로 영입하면 내부 직원들의 불신이 커질 듯 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금감원 국장급이 원장으로 가던 곳인데 부원장도 아니고 본부장으로 영입한다는 것도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보험연수원 노동조합은 향후 외부 인사 영입에 대해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연수원 노조 한 관계자는 "금감원 출신을 본부장으로 영입,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어 하 원장에게 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한 상태"라며 "아직 하 원장의 답변을 듣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부터 (임원 자리에) 외부 인사 영입으로 내부 직원들의 사기 저하가 우려돼 지속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면서 "실제로 금감원 출신 인사에 대한 영입이 추진된다면 향후 노조 집행부와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김 모 실장은 보험연수원 영입설과 관련 "제가 말씀 드릴 사항은 아니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김양규 / 성기환 / 김두환 / 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