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카드업계의 본업 성장성이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할부·리스 부문 실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한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전업 할부·리스업체보다도 해당 분야에서 더 큰 수익을 올릴 정도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소비 침체에 따른 내부수진, 간편결제사를 필두로 한 빅테크의 공세에 여전업계 전반의 경계가 옅어지고 있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1분기 영업수익에서 할부·리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 1분기 영업수익 1조4574억원 가운데 신용카드는 7960억원, 할부금융은 675억원, 리스는 1964억원을 각각 차지한다. 2020년까지만해도 신한카드의 할부리스 영업수익은 974억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 남짓에 불과했다.
규모 증가 속도도 빠르다. 신한카드의 할부·리스 부문 영업수익은 최근 5년간 거의 매 분기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5년간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직전 분기 대비 신한카드의 할부금융 영업실적은 0.5%, 리스는 4.4%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17.1%, 3.5% 각각 늘었다. 반면 본업인 카드 영업수익은 직전 분기 대비해서는 3.4%,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4%가 감소했다. 65%에 육박하던 카드 부문의 기여도도 지난 1분기에는 55%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타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KB국민카드도 1분기 할부금융 및 리스 영업실적이 6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8% 증가했다. 여타 카드사도 본업의 수익성 악화를 할부와 리스 부문에서 충당하는 분위기다.
전업 카드사의 할부·리스업 확대가 본격화하면서 여전업계 내부의 업권 구분도 무의미해지고 있다. 이미 신한카드의 할부·리스 영업실적 규모는 전업 할부금융사나 리스사를 넘어선지 오래다. 지난해 기준으로 신한카드보다 할부·리스 영업실적이 큰 캐피탈사는 현대캐피탈, BMW파이낸셜 등 자동차 캡티브금융사나 KB캐피탈, 하나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과 같은 금융지주계열 캐피탈사가 정도가 고작이다.
신한카드가 빠르게 할부·리스 부문을 확대하면서 기존 신한지주 내에서 할부와 리스를 담당하던 신한캐피탈은 해당 부문을 줄이고, 신기술금융으로 보폭을 넓히는 추세다. 실제 2020년말까지 할부금융 수익과 리스 수익이 각각 157억원, 193억원에 달했던 신한캐피탈은 지난해말 관련 수익이 각각 5500만원, 15억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신기술금융수익은 379억원에서 1959억원으로 급증했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의 등장으로 실물카드 이용이 예전 같지 않아지면서 전업 카드사의 역할도 신용공여 등 여신을 제공하는 영역으로 이전 또는 확장되는 추세”라면서 “시장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종합지급결제사 도입 등 시장 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을 다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