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 1분기 5조 순익, 이자장사 넘어 경제위기 극복 힘 보태라

2025-04-27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올 1분기에만 5조 원 가까이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은 4조 9289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6.8%나 증가한 것으로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은행들의 역대급 이익은 손쉬운 ‘이자 장사’ 덕분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편승해 예금 금리를 발 빠르게 내린 반면 대출 금리는 천천히 찔끔 인하했다.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을 통해 1분기에 올린 이자 이익만 10조 6419억 원에 달했다.

은행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웃고 있는 사이 내수 부진에 미국발(發) 관세 전쟁에 따른 수출 감소까지 겹쳐 우리 경제의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가계 살림이 팍팍해져 1분기 신용카드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약 8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관세 전쟁의 여파가 본격화하면 한계 기업이나 가계가 급속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때일수록 은행들은 ‘우물 안 이자 장사’에서 벗어나 본연의 역할인 기업·가계에 대한 적극적인 자금 지원 등으로 경제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야 한다. 분할 상환 등을 통해 차주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프로그램을 적기에 가동하는 한편 관세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들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

국내 여신 사업에 주로 의존하는 천수답식 경영도 탈피해야 한다. 국제결제은행(BSI)이 꼽은 ‘글로벌 시스템 중요 은행(GSIB)’ 40개 중에 우리나라 은행은 한 곳도 없다. 국내 은행들은 혁신 의지가 떨어지고 해외 시장 개척, 사업 다각화 등 금융 선진화에서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업 금융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해외 진출을 확대해 글로벌 뱅크로 성장해야 한다. 인공지능(AI)과 첨단 정보기술을 결합한 핀테크 확대 등 사업 다각화도 필요하다. 금융이 선진화해야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 성장 동력 육성과 경제 회복을 도울 수 있다. 금융 당국은 규제 철폐와 제도 정비를 서둘러 우리 은행들이 기술·서비스 혁신, 신시장 개척, 대형화에 나설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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