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중국에 145%의 최고 관세를 부과했다. 또한 각국의 철강·자동차에는 25%, 거의 모든 기타 품목에는 10% 관세를 부과했다. 반도체·전자제품·의약품에도 품목별 관세를, 무역적자가 큰 국가들에는 개별적인 상호관세 부과를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정부는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 중 하나로 미국 무역적자의 감소를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관세로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을지 검토해보고자 한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무역적자의 원인을 무역장벽에서 찾으려고 한다. 즉, 상대국의 무역장벽 때문에 미국 업체는 수출을 못하는 반면, 미국은 무역장벽이 없기 때문에 수입을 막지 못해 무역적자가 발생한다는 논리다.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이 논리를 부인한다. 무역장벽이 어떤 두 국가의 무역적자를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는 있지만 국가의 총무역적자는 특정 국가들의 무역장벽과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국가의 무역적자는 어디서 비롯되나? 저축과 투자에서 비롯된다. 국민은 저축하고 기업들은 저축에서 모인 자본으로 투자를 한다. 그러나 재정적자가 발생하면 정부는 국내 저축으로부터 자금을 빌려야 하며 기업의 투자는 감소한다.
미국의 근본적 문제는 국민의 저축이 낮고 정부의 재정적자는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기업은 해외로부터 부족한 투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렇게 외국으로부터 투자자금을 받고 있다는 것은 미국이 국가의 총소득보다 더욱 많은 자금을 소비, 투자와 정부 지출로 쓰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의 총소득은 그 국가의 생산액과 같기 때문에 ‘소득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싶다’는 것은 생산보다 더 많은 소비와 투자를 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러면 상품과 서비스의 수입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역적자가 발생한다.
트럼프정부는 관세를 통해 수입을 줄이면서 관세 수익을 확보하고, 이를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사용해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둘 다 줄이겠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그러나 관세만 사용한다면 이러한 정책은 성공하지 못한다. 관세율이 높을수록 수입이 줄어 정부가 받는 관세 금액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은 상호관세를 시행한 2일부터 14일 사이 오직 5억달러만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가 주장했던 매일 20억달러의 관세 수입보다는 적고 9184억달러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미국이 실제로 무역적자를 줄이려면 국민 저축을 늘리고 재정적자와 투자를 줄이는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저축을 늘리는 것은 소비를 줄이는 정책이고, 투자를 줄이는 것은 일자리 창출을 줄인다는 이유에서 이러한 정책은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다른 국가들에 ‘관세 폭탄을 맞기 싫으면 미국에 투자를 늘리라’고 위협하고 있다. 또한 최근 트럼프의 공화당이 준비하고 있는 예산안을 보면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세금을 대폭 감소시켜 재정적자를 늘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순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무역적자를 줄이기는커녕 미국의 정책 신뢰도를 훼손하고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계속 고집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으로는 미국 국민들의 반발과 물가상승 및 미국 내외 금융시장 문제를 극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