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주식 사면 옷도, 음식도, 여행도 공짜?[송주희의 일본톡]

2025-03-03

송주희의 일본톡에서는 외신 속 일본의 이모저모, 국제 이슈의 요모조모를 짚어봅니다. 닮은듯 다른, 그래서 더 궁금한 이웃나라 이야기 시작합니다.

도쿄 시내, 자전거를 타고 분주히 돌아다니는 중년의 신사가 있습니다. 오늘은 고급 에스테틱에서 무료 마사지를 받고, 내일은 스포츠클럽에서 무료로 운동을 즐깁니다. 모레는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 뒤 돈까스를 먹습니다. 물론 이것도 공짜입니다. 이 모든 것은 ‘각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5억엔 자산가의 독특한 ‘공짜 생활’ 뒤에는 일본의 ‘주주우대제도’가 있습니다.

이 남성의 이름은 기리타니 히로토. 프로 기사 출신인 그는 현재 일본에서 ‘우대주 생활의 아이콘’으로 불립니다. 광열비(전기·가스·수도) 정도를 제외하면 현금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그는 1000개 이상의 상장 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그들이 주주에게 제공하는 특별 혜택만으로 생활합니다. 옷, 신발, 안경, 그리고 쌀통의 쌀까지. 그의 일상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주주우대 혜택으로 해결한다고 합니다.

배당 중심의 주주 환원이 대부분인 한국에선 보기 힘든 모습일 텐데요. 오늘 일본톡에서는 일본의 ‘주주우대 제도’를 살펴보겠습니다.

주주우대 제도란 기업이 주주에게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습니다. 주주에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 특전으로, 할인권·상품권, 제품, 각종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일본인들의 주주우대 제도를 향한 ‘진심’이 어느 정도 일까요. 이는 최근 유명 회전초밥 체인 ‘구라스시’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구라스시는 지난해 12월 “이익 환원의 공정성을 높인다”며 주주우대제도 폐지를 발표했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발표 다음 날 주가는 17%나 급락했습니다. 이후에도 약세가 이어져 결국 4년 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1월, 회사가 주주우대제도를 부활시키겠다고 발표하자 주가는 단숨에 19.3% 급등했습니다. 주주들의 반발이 얼마나 거셌는지, 구라스시는 “많은 주주로부터 주주우대제도 재개 의견과 요청을 받았다”며 혜택을 고객용 할인권에서 식사권으로 바꾸는 등 이전보다 ‘보답’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구라스시 측은 “주주우대가 단순한 주주환원이라는 요소를 넘어 기업 가치의 일부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는데요. 투자자들이 회사 제품을 직접 체험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충성도가 생기고, 이것이 안정적인 주주 기반으로 이어진다는 게 구라스시 사례에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라스시만의 일이 아닙니다. 코카콜라 보틀러스 재팬 홀딩스도 2020년 폐지했던 주주우대제도를 올해 다시 만들었습니다. 자판기에서 음료와 교환할 수 있는 티켓을 스마트폰 앱을 통해 배포한다고 하네요.

일본의 주주우대제도는 다양합니다. 식품회사는 자사 제품을, 호텔이나 놀이공원은 무료 초대권을, 철도회사는 승차권을, 항공사는 할인권을 제공합니다. 특정 지역 소재 기업은 그 지역 특산품을 카탈로그에서 고를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보유 주식 수에 따라 선택 가능 가격 대가 정해진다고 하네요.

일본 기업들은 개인 주주를 확보하고, 장기 보유를 유도하기 위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한국의 연금저축에 해당하는 소액투자비과세제도(신NISA)가 확대되면서 개인 주식 투자자가 늘고 있어 이들을 끌어들이려는 경쟁도 치열합니다.

일본 증시 대장주 도요타자동차도 바로 어제(3월 3일)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주주 우대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지요. 올해 3월 말일 시점에 100주 이상 보유한 주주를 대상으로 주식수 및 보유 기간에 따라 도요타 그룹 앱(도요타 월릿)의 전자화폐 500~3만 엔 상당을 지급하고, 도요타가 출전하는 레이스 이벤트의 티켓 및 각종 도요타 굿즈 추첨 등에 응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쯤 되면 ‘다 필요 없고, 주가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일본 주식 시장의 폭락 시기에 주주우대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주가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덜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선물 효과로 주주의 충성도가 생겨 덜 팔리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있고요.

이 제도에 마냥 우호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은 본래 사업으로 성장을 보여주고 주가를 올려야 한다”는 기관투자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해외 투자자나 기관투자자는 우대 혜택을 받기 어려워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주주우대제도가 확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커먼즈 투신의 이이 테츠로 사장은 “앞으로는 신NISA 등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 시대가 될 것”이라며 “주주우대는 팬 주주를 늘리는 수단으로 나쁘지 않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본업만으로 승부를’, ‘이왕이면 우대제도도’ 어느 쪽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또 다른 질문과 함께 다음 일본톡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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