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2월 2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밈코인을 증권으로 규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도지코인(Dogecoin), 트럼프코인(TrumpCoin)과 같은 밈코인들은 주식처럼 증권 규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게 되었다. 밈코인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밈(meme)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가상자산으로, 주로 유머나 풍자를 기반으로 하지만 일부는 실질적인 사용처를 확보하기도 했다.
도지코인은 2013년 장난스럽게 만들어진 가상자산이지만, 현재는 온라인 결제, 후원, 기부, 투자,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활용 가치를 가진 디지털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과 기업에서 결제 수단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일부 상품 구매에 도지코인 사용을 허용했다. 또 트위치와 레딧에서는 콘텐츠 제작자에게 도지코인으로 팁을 지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며, 커뮤니티 차원의 자선 활동도 활발하다. 예를 들어, 2014년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의 동계 올림픽 참가를 지원하는 도지코인 기부 캠페인이 진행되었으며, 동물 보호 단체 및 비영리 기관에서도 후원금으로 활용된 사례가 있다. 이러한 도지코인의 성공은 한국에서도 새로운 밈코인의 등장을 촉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부산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발행된 '동백코인'이 있으며, 이는 기존 지역화폐인 동백전을 블록체인 기술과 접목해 투명성과 보안성을 강화한 디지털 자산이다. 부산시는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바 있어, 동백코인의 활용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지역 내 소비 촉진과 관광 산업 연계를 통한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도 밈코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경제 모델이 형성되고 있으며, 법적·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도지코인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지코인은 2024년 기준 시가총액이 약 170억달러(약 22조 원)에 달하며,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발언으로 가격이 급등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밈코인은 단순한 유머 요소를 넘어 실제 경제활동과 연결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정치적 성향을 띤 '트럼프코인'과 같은 새로운 밈코인도 등장하고 있다.
SEC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밈코인들의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향후 밈코인 시장의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법적 부담이 사라지면서 밈코인의 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커졌고, 주요 거래소 상장도 보다 쉬워질 전망이다. 실제로 발표 직후 도지코인(DOGE) 가격은 5시간 만에 8.7%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반영했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밈코인에 국한되지 않고,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증권 규제를 받지 않는다면, 더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미국에서 법적 위험 없이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정부가 향후 가상자산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추가할 가능성도 있어 시장 변동성을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한다. 밈코인이 단순한 유행으로 끝날지, 아니면 실질적인 가치 있는 자산으로 자리 잡을지는 향후 시장과 투자자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
SEC는 밈코인이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증권으로 볼 수 없다고 발표했다. 하위 테스트는 특정 자산이 투자 계약을 형성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금 투자 여부, 공동 사업 여부, 타인의 노력에 대한 기대 여부, 투자자에게 기대되는 수익 여부를 평가한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