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업계의 실적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시황이 개선되고 있더라도 올해 누적된 손실 규모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에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월평균 배럴당 6.8달러를 기록하며 4월 평균 4.4달러 대비 55% 올랐다. 6월 첫 주에 정제마진은 7달러를 넘어서며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한 후 석유 제품을 판매할 때 얻는 이익을 말한다. 즉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수송비, 운영비 등 비용을 제외한 수익이다.
통상적으로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이를 밑돌면 정유사가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올해 들어 정제마진은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침체 탓에 약세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달 말부터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수치를 넘어서며 점차적인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국내 정유 4사(에쓰오일·SK이노베이션·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는 수익 측면에서 적잖은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 4사 가운데 상장된 정유사인 에쓰오일은 2분기 실적 컨센서스(전망치)가 매출 8조4610억원, 영업손실 849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매출 19조1404억원, 영업손실 1881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구체적인 전망치를 확인할 수 없으나 이들과 유사한 실적 흐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정유사가 1분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은 데 이어 2분기 역시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반기 전체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최근 몇 달간의 유가 하락세도 상반기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초 국제유가는 60달러 초반을 기록하며 지난 4월 60달러 후반선 대비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원유를 사들여 정제한 뒤 석유제품을 판매하기까지 1~2달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이 기간 유가가 떨어지면 정유사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 미국의 관세 정책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위축되면서 석유제품 판매 가격까지 동반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6월 한 달간 시황이 개선되더라도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달부터 자동차 이동 수요가 높은 '드라이빙 시즌'에 돌입했으나 4~5월 수익 부진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가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세계 은행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하향했다"며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석유 시황이 극적으로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