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막히면 수급 비상…해운사, 우회노선·대체항만 검토

2025-06-13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으로 중동 지역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국내 정유·석유화학·해운 업계는 유가 급등과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에 대비한 대책 수립에 나섰다. 현지 해외 법인을 둔 전자·자동차 등 업계는 전쟁 확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날 새벽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을 비롯한 표적 수십 곳에 선제타격을 단행했다는 소식에 국제 유가는 10%가량 급등했다. 지정학적 요인으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정유 업계는 재고 가치가 올라 실적 개선이 나타날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원유 수요가 위축되고 원유 도입 비용마저 늘어나는 악영향에 직면하게 된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동 지역 산유국 간 분쟁은 짧은 기간 유가가 오른 뒤 2주 안에 다시 안정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석유 시설에 직접 타격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이 큰 업종이다. 원유 가격 상승은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업황이 악화한 가운데 원료 가격 상승은 큰 부담”이라며 “수요가 부진하기 때문에 높아진 원료가를 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산업계는 글로벌 교역 통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수입 원유의 주요 운송로인 동시에 유럽을 잇는 중요 해상로이기 때문이다. 국내 선사들이 이스라엘이나 이란 항구를 쓰지는 않지만 인근 노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호르무즈해협이 막힐 경우 원료 및 제품 수급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HMM(011200) 등 선사는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비한 우회 노선과 대체 항만을 검토하고 있다. HMM은 2023년 예멘 반군 후티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 공격에 반발해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잇달아 공격하자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 우회를 결정했고 현재도 이 노선을 운용 중이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미중 관세 유예의 여파로 지난 5주간 글로벌 해상 운임이 상승했다”며 “중동 불안으로 운임이 더 뛸 수 있다”고 했다.

중동에 진출한 플랜트 및 건설 업계도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건설·플랜트업계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이후 이란에서 철수해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사우디와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시장이 이스라엘과 이란을 사이에 두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중동에 현지 법인을 둔 기업들은 아직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전쟁이 확전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현지 마케팅법인(SEIL)과 R&D법인(SIRC) 직원들에게 안전 등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사우디에 생산법인을 둔 현대차(005380)는 지역 상황을 점검하는 가운데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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