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영끌족' 보금자리론 러시…7개월 실적 전년비 3배↑

2025-10-05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 상품인 '보금자리론' 판매실적이 올들어 매달 1조원대의 실적을 올리면서 흥행하고 있다. 이미 올 상반기 신규 누적 판매액이 8조원에 육박하며 지난해 연간실적을 갈아치웠는데, 7월에는 신규 공급액만 1조 7000억원대에 육박해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과열된 집값과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6·27규제, 스트레스DSR 3단계 규제, 9·7 대책 등을 연이어 내놓았지만, 서민용 정책모기지라는 특성상 규제를 적용받지 않으면서 판매액 급증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5일 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7월 신규 보금자리론 판매실적은 1조 6956억원을 기록해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금자리론 판매액은 지난 2023년 12월 1조 7703억원을 기점으로 급감하면서 지난해 10월까지 매월 7000억원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1조원을 돌파하면서 7월 현재까지 매월 1조원대 실적을 거듭 올리고 있다.

월간 신규 판매액이 1조원대를 기록하면서 7월 누적 보금자리론 판매실적도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1~7월 누적 보금자리론 판매액은 9조 646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3조 206억원 대비 3배 이상의 공급액을 기록했다.

이 같은 보금자리론 확대 현상은 역설적으로 정부의 대출규제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보금자리론은 지난 6·27 대책에서 정책모기지 중 유일하게 제외됐다. 디딤돌과 버팀목전세대출이 한도 최대 1억원으로 축소된 것과 대조적이다. 아울러 정책모기지 특성상 여전히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적용 받지 않는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최대 70%(아파트),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최대 60%까지 적용 받을 수 있다.

금리경쟁력도 한 요인으로 추정된다. 인터넷으로 대출 전 과정을 처리하는 '아낌e보금자리론' 금리는 올해 2월부터 최저 연 3.75%, 최고 4.05%를 기록해 약 5년 전인 2020년 9~11월(최저 연 2.10%, 최고 연 2.35%)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다만 저소득청년, 신혼가구, 사회적배려층(장애인·한부모 가정 등) 및 전세사기피해자 등이 추가 우대금리(최대 1.0%포인트)를 적용받을 경우, 최저 연 2.65(10년)~2.95(50년)%의 금리가 적용된다.

가령 소득기준에 못 미치는 신혼가구(합산 연 7000만원 이하)가 이 상품을 신청할 경우 0.3%p의 우대금리를 추가 적용받아 3.55~3.65%(대출기간 30~50년)의 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최근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혼합·주기형 주담대에 견주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날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금융채 5년물 기반, 대출기간 30~50년 기준)는 연 3.64~5.80%에 형성돼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이 연 3.64~5.05%,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아파트론2(혼합)'이 연 3.652~4.852%, KB국민은행의 'KB 주택담보대출(혼합)'이 연 3.72~5.12%, NH농협은행의 'NH모바일주택담보대출'이 연 3.80~5.80%,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이 연 4.19%부터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3% 중반대 금리의 주담대도 있지만 은행별로 내걸고 있는 종속적인 우대금리 조건(신용카드, 자동이체, 급여이체, 예금실적, 모바일거래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만큼 대부분의 대출자가 받게 될 금리는 최저 연 4%대가 불가피하다.

아울러 보금자리론은 대출기간 동안 매월 고정적으로 원리금을 상환하거나 체증식으로 매월 서서히 상환액을 늘릴 수 있다. 반면 일반 시중은행 상품은 5년 간 매달 원리금을 고정시킨 후 금리를 재산정하거나 6개월 또는 1년 주기로 금리가 변동되는 변동금리형 상품이 주류인 탓에 자산관리 측면에서 리스크로 작용한다. 이에 6억원 이하의 주택 구입을 희망하는 서민층을 중심으로 보금자리론 수요는 하반기에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 정부의 거듭된 대출규제 등으로 9월 은행 가계대출 수요가 올해 1월 이래 가장 최저치인 1조 3000억원 증가에 그쳤다"며 "수도권지역 6억원 이하의 매물을 관망하는 내집마련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대출규제에서 자유로운 보금자리론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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