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다수의 자산 토큰화는 기존 방식보다 효용이 떨어집니다. 실물연계자산(RWA)의 핵심은 자산을 블록체인 친화적으로 새롭게 재구성하는 데 있습니다.”
크리스 인 플룸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단기 국채(T-bill)처럼 이미 수익률이 정해진 안전자산을 단순히 블록체인에 옮겨 놓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개 수수료와 기술적 위험이 늘어나 실제 수익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실물자산 토큰화해 수익 구조 설계
플룸이 추구하는 방향은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방식을 접목해 더 나은 수익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인 CEO는 “그냥 옮기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블록체인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플룸이 토큰화한 대표 사례가 미국 텍사스 지역의 석유 유정을 보유한 ‘미네랄볼트’다. 이 회사는 2500개가 넘는 유정을 보유해 엑슨모빌·셰브런 같은 글로벌 석유회사에 임대한다. 매달 임대료가 들어오는 안정적 현금흐름 구조(메일박스 머니·Mailbox money)가 특징이다. 플룸은 이 자산을 토큰화해 일반 투자자도 연 10%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전통 금융자산을 옮겨놓는 게 아니라, 기존에 접근이 어려웠던 실물 자산을 토큰화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인 CEO는 “미네랄볼트는 오프체인에서 50년간 60만 명의 투자자를 확보했지만, 플룸에서 서비스를 출시한 지 두 달 만에 8만 명이 새로 들어왔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온체인 고객이 급격히 늘자 비즈니스 자체를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게 우리가 말하는 ‘실사용 기반 RWA’의 차별성”이라고 덧붙였다.
플룸은 디파이의 머니레고 개념을 RWA에 접목했다. 사용자가 다양한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서 조합해 자신만의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위험이 낮은 상품과 위험이 큰 자산을 섞어 수익률을 조정하거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도 있다. 인 CEO는 “누구나 원클릭으로 자신에게 맞는 볼트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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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LF와 협업…리테일 앱·카드로 확대
플룸은 미국 4대 사모펀드인 아폴로로부터 투자를 받은 RWA 대표 프로젝트다. 올해 6월 셀레스티아 기반으로 자체 메인넷 플룸 체인을 출시했다. 최근 트럼프 일가가 관여한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1이 이더리움·트론·솔라나·바이낸스스마트체인(BSC)·플룸에서 동시 발행돼 주목을 받았다. 최근 앱토스까지 합류하며 USD1의 발행체인은 6개로 늘었는데, 상대적으로 신생 체인인 플룸이 선택을 받은 점은 업계 관심을 모았다.
WLF와의 협업 배경에 대해 그는 “워싱턴DC, 홍콩, 아부다비 등 주요 규제 당국과의 논의 과정에서 WLF 팀을 알게 됐다”며 “미국 자산을 전 세계에 분산하려는 비전이 플룸과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협력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첫 단계는 USD1을 플룸에 배포해 생태계 안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후 WLF가 준비 중인 리테일 애플리케이션과 신용카드를 통해 플룸의 RWA 상품을 유통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카드나 앱에 보관된 자산이 단순히 묶여 있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인 CEO는 “한국은 리테일과 기관이 균형 잡힌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상자산 시장 중 하나”라며 “수요가 충분히 커진 만큼 규제도 곧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플룸(PLUME)은 국내 주요 거래소인 업비트 비트코인(BTC) 마켓과 테더(USDT) 마켓, 빗썸 원화 마켓 등에 상장돼 있다.
그는 “올해 로컬 파트너십과 커뮤니티 행사를 강화할 방침”이라며 “플룸은 클릭 한 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세계를 구축하고 있고, 그 변화를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