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스테이블코인이 알려주는 투자 나침반 [도와줘요 자산관리]

2025-10-03

#직장인 A씨(45세)는 최근 주위에서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변동성이 크고 위험하다는 생각에 선뜻 발을 들이지는 않았지만 요즘 귀에 들어오는 단어 하나가 마음을 흔든다.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코인이라면 투기적 자산이라고만 여겼는데 미국 재정적자와 국채 시장, 나아가 달러 패권과도 연결된다는 얘기를 접하고 나니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관심이 커졌다.

A씨처럼 코인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최근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사례처럼 코인 관련 상품이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산관리 관점에서는 단순히 코인 투자에 뛰어드는 것보다 스테이블코인이 보여주는 달러의 힘과 유동성 흐름을 읽어내고 이를 포트폴리오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 경제정책의 기조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고관세, 약달러, 저금리, 저유가다. 표면적으로는 제조업을 지키고 경기를 살리려는 의도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재정적자 문제가 숨어 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를 넘어섰다.

고관세는 단기적으로는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 덕에 세수 증가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역 자체를 위축시키고 보복관세를 불러오며 물가 상승을 통해 소비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세입 기반이 좁아지는 역설을 낳는다. 저금리는 금융 부문의 이자수익을 줄여 세입을 약화시키고, 저유가는 글로벌 물가를 낮춰 저금리 정책을 뒷받침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에너지 산업의 매출과 이익을 줄여 세수 감소와 투자 위축을 불러오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여기에 감세 기조까지 이어지면 재정수지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쓸 수 있는 해법은 국채 발행 확대지만 중국·일본 등 전통적 미국채 매수국가들은 지정학적 갈등과 자국 경제 사정으로 매수 여력이 크게 줄었다.

이 공백을 메우는 새로운 수요처가 등장했다. 바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1달러에 연동되는 디지털 자산으로, 발행 시 동일한 금액의 달러 현금이나 단기 미 국채가 담보로 확보된다. 다시 말해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는 순간 발행사로 유입된 달러 자금이 곧바로 미국 단기 국채 매입으로 연결된다. 즉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단순한 가상화폐 성장 스토리를 넘어 미국 국채의 새로운 수요 기반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이는 재정적자라는 구조적 문제와 금융시장의 혁신이 맞닿는 지점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채 수요가 창출될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 달러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가 생긴다. 실제로 테더의 담보 자산 중 80% 이상이 현금·현금성 자산과 단기 미 국채로 운용되고 있으며 규모는 이미 수천 억 달러에 이른다. 일부 연구에서는 단기 유동성 불안 시기에 스테이블코인 매입이 오히려 국채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여기에는 한계도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국채 수요 효과는 아직 단기물(T-bill) 위주에 국한되어 있고 자금이 유입될 때는 안정성을 높이지만 대규모 유출 시에는 오히려 변동성을 키울 위험도 있다. 또한 은행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에서 이동한 자금이라면 금융시장의 순수한 추가 유동성 공급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달러 시스템, 지금은 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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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미국 국채를 외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주로 떠받쳤다. 하지만 지금은 스테이블코인이 그 역할의 일부를 대신하면서 글로벌 달러 유동성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단순히 디지털 자산이 커졌다는 의미를 넘어 달러 시스템 자체가 전통적 금융에서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변곡점에서는 언제나 변동성이 커지고 투자자들의 불확실성도 확대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건 유동성의 큰 흐름을 읽고 그에 맞게 자산을 재배분하는 전략이다. 이 변화가 일반 투자자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첫째, 달러 패권은 여전히 견고하다. 트럼프가 약달러 정책을 펴더라도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유통을 넓히는 효과를 내는 한 달러는 세계 금융의 중심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

둘째, 유동성 확대기에 대비해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을 챙겨야 한다. 저금리 정책이 이어지고 재정적자 확대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 금, 원자재, 인프라 ETF 같은 실물자산은 포트폴리오의 중요한 안전판이 된다.

셋째,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 비트코인 ETF 상장, 토큰증권(STO) 논의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점차 금융 인프라 속으로 흡수되고 있다. 직접 코인 투자를 권유하는 건 아니지만 이 변화가 시장 구조를 바꾸고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넷째, 연금계좌를 활용한 글로벌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가계 자산 비중은 여전히 부동산과 원화예금에 치중되어있다. 연금저축·IRP 계좌를 통해 해외 ETF나 달러표시 채권을 담으면 세제 혜택과 분산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즉 ‘예금 100%’가 아닌 ‘예금+채권+배당주+ETF+실물자산’의 조합을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핵심은 위험을 과도하게 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비중이라도 다양한 자산을 섞어 장기적으로 자산의 실질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트럼프노믹스 2.0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무역 갈등, 금리 변동성, 에너지 가격 불안은 모두 자산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나 동시에 자산관리의 방향도 분명히 드러난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재정적자를 메우는 도구이자 글로벌 유동성을 확장하는 파이프 라인이며 달러 시스템 전환의 변곡점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자산을 부동산과 원화에만 묶어두지 말고 달러 자산·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인컴 자산을 함께 담아 균형을 잡는 것이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 나갈 투자 나침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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