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 분석…中 자국소비 활성화·관광 트렌드 변화 등이 원인
전 세계 면세점 시장이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이후 회복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 면세업계는 맥을 못 춘 채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류연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4일 관련 보고서에서 "엔데믹 이후 글로벌 면세점 시장은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했지만, 국내 면세업계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배경을 분석했다.

우선 중국인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류 연구원은 "국내 면세시장 성장 배경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과 대리구매상이 있었고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중국 대리구매상의 국내 면세시장 매출 비중이 90%까지 치솟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소비 활성화와 내국 면세 육성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 면세 시장에서 중국인의 수요가 매우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하이난을 면세 특구로 지정한 뒤 중국 소비자들이 해외 방문 없이도 자국 내에서 편리하게 면세 혜택을 누리게 됐고, 최근에는 한국 시내면세점과 유사한 본토 시내면세점 육성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핵심 고객층이었던 중국인들이 자국 면세점을 이용하면서 국내 면세산업의 매출 기반은 약화했다.
이와 함께 중국 내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중국인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된 점도 국내 면세업에 타격이 됐다.
방한 관광객들의 소비 추세가 달라진 점도 면세 업황 부진의 원인이 됐다.
류 연구원은 "외국인 관광객 여행 성향이 쇼핑 중심의 단체여행에서 체험 중심의 개별 자유여행으로 변하고 있다"며 "소비 동향도 고가 브랜드를 대량 구매하는 데서 실용성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중저가 위주로 제품이 구성된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대한 선호도가 면세점보다 훨씬 높아지게 됐다.
업계 내부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문제다.
류 연구원은 "지난 2015∼2018년 정부의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발급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 강도가 높아졌다"며 "채널·지역별로 매출 기반이 다각화된 글로벌 면세점과 달리 국내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등 4개 대기업 사업자 모두 매출 기반이 국내에만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도 고환율 기조로 인해 면세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점, 내국인 면세 한도가 '미화 800달러'로 낮아 소비 유인이 부족한 점 등도 국내 면세업계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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