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쩡히 살던 집도 전기세가 밀리면 불이 꺼지고 냉장고 속 음식이 썩는다. 미국 연방정부도 세수와 예산 합의가 끊기면 순식간에 ‘불 꺼진 집’이 된다.
1일(현지시간) 0시1분, 미국 연방정부가 업무 일부를 정지하는 ‘셧다운(Shutdown)’에 돌입했다. 정부 기관이 문을 닫고 행정이 멈춰서는 비상 사태다. 2018~2019년 트럼프 1기 당시 35일간 이어진 후 처음이다.
셧다운은 낯선 일은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20여 차례 되풀이됐다. 예산안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이 격화하면서 국가 전체가 ‘정지 버튼’ 위에 놓였다. 공무원들은 무급휴직에 들어가고, 국립공원은 문을 닫았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018~2019년 최장기 셧다운으로 미국 경제가 약 30억 달러(약 4조2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추산했다.
이번엔 분위기가 묘하다. 금융시장은 놀라울 만큼 차분하다. 투자자들은 “셧다운은 일시적”이라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셧다운 이틀째인 2일(현지시간) 뉴욕 3대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그러나 불 꺼진 집에 서서히 냉기가 차오르듯,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지금의 고요한 시장도 언제 흔들릴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