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머

2024-11-25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단 하루라도 살 수 있을까.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수전 프라인켈은 저서 <플라스틱 사회>에서 이 실험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실험이었는가는 아침에 눈뜨고 10초 만에 변기 의자가 플라스틱인 걸 보고 깨닫는다고 했다.

당신도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까지 손에 닿는 플라스틱을 적어보자. 매트리스, 휴대전화, 칫솔, 냉장고 손잡이, 전등 스위치, 신용카드, 사원증, 컴퓨터…. 이 정도면 플라스틱이 아닌 걸 찾는 게 훨씬 더 빠를 것이다.

플라스틱은 고분자 화합물의 일종이다. 폴리머(Polymer)라 하는 고분자는 다수의 분자를 결합시킨 ‘중합체’를 통칭한다. 플라스틱이 대표적인 폴리머이다.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폴리머로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염화비닐(PVC)이 있다. PE는 포장용 비닐봉지나 음료수병 등을 만들고, PVC는 바닥재·벽지 등 생활용품에 이용되고 있다.

값싸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플라스틱은 불멸에 가깝다. 태우면 독성물질을 내뿜고 땅에 묻으면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니 골칫거리다. 2015년 코스타리카 앞바다에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채 구조된 바다거북을 보며 사람들은 죄책감에 시달렸다.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들었고, 열심히 분리배출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봐야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

이렇게 심각한 플라스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매우 야심찬 기획이 가동 중이다. 25일 부산에서 개막한 ‘플라스틱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이다. 이 협약은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머 생산에 규제를 부여할지가 쟁점이다. 산유국 등은 재사용을 확대하자고 하지만, 이것은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번 회의 과제를 논의하는 포럼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고 한다. “욕조가 넘치면 수도꼭지를 잠가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플라스틱을 어떻게 재활용할까’라고 잘못된 질문만 했다. 이젠 ‘어떻게 생산 감축을 할까’ 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범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회의에서 주최국인 한국 정부가 의미 있는 협약이 나올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