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후변화평가보고서 새로 발간
인간 활동 따른 기상이변 집중 분석
폭염·호우·태풍… 전국민 기후위기 실감
인프라부터 시작 대응체제 전환 시급
5월 중 호우긴급재난문자 전국 확대
11월부터 대설 안전문자도 발송 계획
기상청 최우선 목표는 우리 국민 안전
수요자 시각에서 기상정보 전달 노력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 관련 특정 현상이 인간 활동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있는지가 주요하게 다뤄질 내용 중 하나입니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7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 하반기 발간 예정인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5’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동아시아 여름 몬순(계절풍)과 연동된 한반도 여름철 강수량이라고 한다면, 온실가스가 늘어난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질 텐데 그런 부분에 대한 평가가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기상청이 환경부와 함께 준비 중인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5년 만에 새로 발간되는 것으로 2020년 이후 나온 한반도 기후변화에 대한 모든 논문을 평가해 집대성하는 형태로 작업 중이다. 이 중에서도 기상청이 담당하는 기후변화 관련 ‘과학적 근거’ 분야는 10개 부문으로 구성될 예정으로 100여명의 저자가 참여하고 있다.

장 청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후변화가 현저해질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는 기록적 폭염, 국지성 폭우, 슈퍼 태풍 접근 등 형태로 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런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하고 그 ‘기준’을 제시한단 측면에서 기상청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장 청장은 설명했다. 그는 기상청이 생산하는 정보가 ‘공급자 시각’이 아닌 ‘수요자 시각’에서 구성되고 전달될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장 청장은 “기상청이 내놓는 관측, 전망이 크게는 정부, 작게는 개인의 의사결정을 돕지 못한다면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래는 장 청장과의 일문일답.
―취임한 지 8개월이 막 지났다. 그간 아쉬운 부분은 없나.
“지난해 7월 취임하자마자 기존 기록을 경신하는 여름철 집중호우가 연이어 발생해 긴급재난문자 발송, 호우 대응상황 점검회의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고, 여름철 역대급 폭염에 이어 겨울철 폭설에 이르기까지 방재기상업무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쉬운 점이라 하면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호우 긴급재난문자 지역을 늘리고 도로 위험 기상정보 서비스 노선 확대, 지진 재난문자 개선 등 제도와 서비스 개선에 최선을 다해 전년보다 인명피해를 많이 줄이는 데 기여했지만 여름철 집중호우 시 안타까운 인명사고(호우 긴급재난문자 운영 지역 사망자 1명 발생)도 있었다는 점이다.”
―호우 긴급재난문자 운영 확대 계획은 어떻게 되나.
“지난해 수도권, 경북권, 전남권에서 시행한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인명피해 저감에 큰 도움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논산 엘리베이터 침수 사고나 영동 농막 실종 사고 등 피해도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더라면 사고 발생 20∼30분 전에 위험성을 알려드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여름철 방재기상업무 기간이 시작되는 5월 중에는 국민 안전을 위해 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이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뿐 아니라 올 11월부터 대설 안전안내문자도 발송할 계획인데 발송 기준과 범위 등 세부사항은 정책연구를 거쳐 설정하려고 한다.”

―지난달 충주 지진으로 새벽에 발송된 긴급재난문자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지진 문제에서 빠르게 탐지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는 게 피해를 예방하고 대피시간을 확보할 최선의 방법이다. 다만 충주 지진의 경우 조기경보체계에서 P파(Primary waves) 규모만으로 자동 분석한 정보가 추후 계산한 상세 정보와 차이가 비교적 컸던 문제가 있었다. 관측소가 진앙과 가까웠던 탓에 P파뿐 아니라 S파(Secondary waves)까지 들어오면서 과대 추정한 것이라 보고 있고, 현재 기술적으로 P파에서 S파를 분리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중으로 가까운 시일 내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존 진도와 피해 정도를 분석해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보다 섬세하게 나누는 방향으로도 고민하고 있다.”

―지난 겨울 어선사고 급증에 기후변화 영향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후변화 영향을 말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충분치 않다. 분명 풍랑특보가 2022년부터 증가 추세긴 하다. 다만 기후변화는 장기 추세로 보는 건데 해상의 경우 관측자료가 충분치 않은 측면이 있다. 연근해 해양기술부이에서 관측된 최근 10년치 최대파고·최대풍속 자료만 보면 등락을 반복할 뿐 유의미한 증가 추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기상청 입장에서 중요한 건 단기 관점에서 상세한 해양기상정보 제공 쪽이다. 풍랑특보 발표 전 특보 시나리오 등을 관계 기관에 하루 전 사전 제공하고 유의파고·풍속 등 해양기상 예측정보를 소해구 단위로 상세 제공하는 등 노력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 기후변화 영향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
“대표적으로 폭염, 집중호우, 태풍 등 형태로 계속 영향을 받는 중이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영향이 가장 현저하다고 판단된다. 그간 우리가 겪지 못한 수준의 폭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하루이틀 덥고 마는 게 아니라 열대야 연속 일수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을 지치고 힘들게 만들고 때로 위험에 빠뜨린다. 국지성 폭우의 경우 제가 지난해 청장으로 취임한 7월에 군산에서 무려 비가 시간당 146㎜(어청도)나 내려 기록을 깼다. 태풍 또한 마찬가지다. 바다 온도는 계속 높아지기 때문에 슈퍼 태풍 발생 가능성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여름철이 그만큼 험해지고 있는 건데 우리가 모두 피부로 느끼고 있는 문제다. 우리 사회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인프라부터 시작해서 대응 체계를 바꿔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 기준이 되는 전망과 시나리오를 생산하는 게 기상청이라 책임감이 클 수밖에 없다.”
―올 하반기 중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
“환경부와 함께 보고서 발간을 준비 중이다. 이번 보고서는 2020년 이후 한반도 폭염, 폭우, 예를 들어 2022년 11월 평균 최고기온 역대 1위, 2023년 12월 전국 강수량 역대 1위 등 기상재해에 대한 분석이 담길 예정이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강조되고 있는 게 기후변화 원인 규명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특정 현상에 대한 인간 활동의 영향을 뽑아내는 게 주요하게 들어갈 것 같다. 2021년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1실무그룹 보고서에서도 인간 영향 분석이 특히 강조됐다.”(전 세계 195개국 과학자·전문가가 참여하는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 국제협상에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

―IPCC가 진행 중인 AR7 작업에 대해선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최근 IPCC 제62차 총회에서 3개 실무그룹 보고서 작성 방향이 결정됐다. 우리나라도 이 보고서 작성에 최대한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기상청 중심으로 14개 관계 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K-IPCC도 꾸렸다. 아무래도 보고서 저자로 국내 인사가 많이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이번에 정책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보고서 작성 방향이 정해졌는데 거기에 궤를 맞출 수 있는 전문가들을 최대한 많이 발굴하는 동시에 그들이 저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는 물밑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공지능(AI)이 연일 화두다. 기상청도 무관치 않다.
“현재 내부적으로 3년 단위로 AI 집중 투자 계획을 준비 중이다. 올해 AI 기상예측모델의 최대 장점인 빠른 계산속도를 최대한 활용해 50개 이상의 기상 예측 시나리오를 생산하는 앙상블예측(여러 모델을 이용해 확률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시스템) 방법을 접목하고 있다. 향후 자체 기술로 독자적인 AI 중기예측모델을 개발하고 성능을 지속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
―기후변화, AI 등 큰 변화 속에서 기상청 역할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측면이 분명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기상청의 최우선 목표는 국민 안전에 있다는 게 제 생각이다. 과거에는 공급자 입장에서 기상정보가 생산되고 전달된 측면이 있었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기상청의 정보가 가치를 가지려면 의사결정에 활용돼야 한다. 작게는 어떤 옷을 입을지, 크게는 소방 인력을 어디에 집중 배치할지 등 의사결정에 도움이 돼야 한다. 결국 사용자의 다양한 수요에 맞출 수 있도록 정보의 유통이나 최종 표현 방식이 조정돼야 한다는 걸 내부적으로도 강조하고 있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1965년 서울 출생 ●서울대 대기과학과 이학박사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연구원 ●기상청 수치예보개발과장 ●기상청 기상서비스진흥국장·지진화산국장 ●기상청 기획조정관 ●기상청 차장 ●기상청장(2024년 7월∼)
대담=정재영 사회부장, 정리=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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