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2025-03-12

2024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됐다. 산업화 이전 대비 세계 평균 기온이 1.55℃ 상승하고, 세계 곳곳에서 기후 재해가 속출했다. 우리나라 역시 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를 경험하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절감했다. 이에 탄소경쟁력이 국가 경제와 산업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고, 폐배터리 규제를 강화했으며, 영국과 일본 등은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하며 탄소중립 이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파리협정 재탈퇴를 선언하며 국제사회에 탄소중립 모멘텀 약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설정, 2030년 NDC 수립,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제정을 통해 국제사회 요구에 대응하며 정책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폭염과 이상 기후로 인한 물가 상승 등의 경제적 영향이 현실이 되면서 국민 관심이 높아졌고, 헌법재판소 결정을 계기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지난달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2기가 출범했다. 1기 탄녹위가 거시적 정책 로드맵 등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면, 2기는 정책 실행력 강화와 실질적 성과를 창출할 때이다. 이를 위해 2기 탄녹위는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성장 가속화를 목표로 4가지 핵심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첫째, 국가 중장기 비전 설정이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일관된 감축 전략과 미래세대를 위한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제2차 국가기본계획과 2035년 NDC를 수립하고, 2050년 목표 달성을 위한 장기 감축 경로(2031~2049)를 마련한다. 또한 제4차 기후위기 적응 대책(2026-2030) 수립을 통해 이상 기후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최소화 방안을 강구한다.

둘째, 정책 과제의 성과 가시화다. 탄소중립 가속화를 위해 과학기술 기반의 혁신 전략을 마련하고, 한국형 100대 핵심기술 우선투자 연구개발(R&D)을 확대하며,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실증을 통해 산업화 기반을 구축한다. 무탄소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소형모듈원자로(SMR)·원전혁신기술 도입을 지원한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넷제로챌린지X' 민관 협력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관련 제도와 규제 개선을 통해 기후테크 산업을 활성화한다. 또 45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산업-금융 얼라이언스 본격 운영으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한다. 국제 규제로 인한 국내 기업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품전주기(LCI)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을 위한 범부처 협의체 운영 등 지원 정책을 추진하며, 국제 감축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협력 대상국을 늘리고, 대규모 사업을 발굴하는 등 사업 방식을 다양화한다.

셋째, 협업·소통·참여 강화다. 탄소중립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중앙과 지역 간 협업 강화를 위해 시군구 단위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광역 단위로 이행상황을 점검한다. 공정한 전환을 위해 석탄 발전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지역 영향을 최소화하고, 근로자 맞춤형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 산업계, 청년, 시민, 농민, 노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 채널을 확대하고, 대국민 참여 캠페인과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한 실천교육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 주한 대사관 및 국제기후위원회,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등 국제기구와 협력을 확대해 글로벌 네트워크도 강화한다.

넷째, 컨트롤타워 기능 보강이다. 정책 조정 및 관리 기능 강화를 위해 핵심 아젠다를 선제적으로 선정해 이행 전략을 마련하고, 부처별 유사 정책을 통합·연계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한편, 관련 부처와 협력해 새로운 과제도 적극 발굴한다. 기본계획과 감축목표의 이행점검 실효성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 활용 및 이해관계자 참여를 확대하고 점검단의 현장 방문을 강화하는 등 점검 체계를 개선할 것이다. 목표 달성이 미진한 부문은 부처별 후속 조치를 마련하고, 부처 탄소중립 이행책임관 협의체를 통해 주기적으로 관리한다. 위원회의 전문성과 대표성을 강화해 운영 체계의 효율성과 내실화도 높인다.

2기 탄녹위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면서 정부와 민간을 긴밀히 연결하고, 계획된 정책과제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직면한 현실이다. 2050 탄소중립은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며,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의 기회이자 녹색성장 실현의 길이다. 에너지 안보와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우리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저탄소 경제를 넘어 탄소중립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모두의 협력이 절실하다.

한화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

〈필자〉한화진 공동위원장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석사 과정 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물리화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환경연구원 부원장, 대통령실 환경비서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국무조정실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한림대 기후변화융합전공 객원교수 등을 지냈다. 2022년 5월부터 작년 7월까지 현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녹색산업·금융 활성화와 해외 진출 지원을 통해 녹색경제를 선도하고 저탄소 녹색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환경정책을 주도했다. 작년 11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의 컨트롤타워인 탄녹위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민간과 정부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탄소중립 실현방안을 모색하고 기후위기 대응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