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와 10살 내외로 보이는 여자아이의 사진이었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이 아빠와 딸이었다.
사진에 찍혀 있는 날짜는 2006년이었다.
사진 속 여자아이는 이미 성인이 됐을 터다.
그 집에서 나온 거의 유일한 ‘유품’이었다.
그 사진은 지금쯤 누구 손에 가 있을까.
고인의 추억 역시 ‘무연고 처리’가 됐을까.
“어르신,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집 안 상태가 무척 심각하네요.”
발밑에선 번데기 껍질이 버적버적 밟혔다.
어두컴컴한 반지하방은 눈까지 따끔따끔할 정도였다.
입 벌리는 것도 꺼려지는 환경이었지만 밖에 서 있는 집주인을 향해 소리쳤다.
족히 한 달은 넘은 고독사였다.
“셋방살이라고 자꾸 들여다보면 불편해할까 봐, 그래서 그냥 놔뒀지. 이럴 줄은 몰랐지….”
방치된 죽음에 대한 힐난으로 여긴 걸까.
집주인은 굳이 내게 할 필요 없는 변명을 둘러댔다.
이런 현장과 관련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회와 죄책감을 느낀다.
“쉰은 넘었을 게야. 그래도 한참 젊지. 한동안 일을 못 나가는 것 같더니. 안 됐어….”
“가족에겐 연락이 됐나요?”
“여동생도 이 근방에 살더라구. 그런데 자기도 사는 게 퍽퍽한지….”
피붙이가 옆동네에 살아도 ‘무연고’ 처리가 된 시신이었다.
그래서 집주인이 직접 특수청소를 맡기기로 했다는 이야기였다.
고인의 신분증에 적힌 명칭은 이렇다.
‘특례외국인근로자 건설업 취업인정증’
국적은 ‘한국계 중국인’
여권을 보니 1970년생이었다.
화장실도 따로 없는 반지하방에서 생을 마친 남자.
반지하라고 해도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