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8일” 휴거 예언한 그날…교주는 감방서 자고 있었다

2024-11-18

시대탐구 1990년대

사이비 종교에 왜 사람들이 빠지는지 궁금한 적이 있으신가요? 혼란한 시대의 틈을 타 영혼을 잠식하려는 세력은 늘 존재해 왔습니다. 1992년 10월 28일이 그랬습니다. ‘휴거(携擧·Rapture)’로 불린 종말론을 추종하다 많은 피해자가 나왔습니다. 가산을 탕진하고 가족과 절연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죠. 32년이 지난 지금도 사이비 종교의 폐해는 진행형입니다. 〈시대탐구 1990년대〉 9화는 휴거 신도였던 박선숙(가명)씨와 사이비 종교 척결에 앞장서온 진용식 목사의 증언을 토대로 세기말 혼란이 극에 달했던 92년의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하나님의 나팔 소리가 울리면 주님께서 하늘에서 내려오신다. (중략) 살아 있는 자들이 구름을 타고 공중으로 올라가 주님과 만날 것이다.[데살로니가전서 4장 16~17절]

그날도 우리는 성경 구절을 읽고 또 읽었다. 하나님께서 공중으로 들어 올려 죽음을 면한 에녹(히브리서 11장)처럼 구원의 때가 다다랐기 때문이다.

1992년 10월 28일, 더위가 물러간 가을밤이었지만 서울 마포구 성산동 다미선교회 대강당은 신도들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위아래 흰옷으로 단장한 사람들이 무릎을 꿇은 채 다닥다닥 붙어 앉아 찬양과 찬송에 몰두하고 있었다.

‘오직 하나님 마음에 들 열망으로 가득하구나.’ 나는 주위를 힐끗대며 생각했다. 조금 전 이곳에 들어올 때 봤던 장면도 눈앞을 스쳐 갔다. 국내 모든 방송과 외신까지, 교회 앞에 몰려든 것은 취재진만이 아니었다. 신도들의 가족 수천 명의 숨소리가 느껴졌다. 우리를 향해 고함을 치는가 하면,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이놈의 자식. 대학 안 갈 거야? 엄마 죽는 꼴 보고 싶어?

수천 개의 사연이 우리 앞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난 그들이 안쓰러웠다. 구원은 믿는 자만의 것이었으니까.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

약속의 시간이 다가오자 찬양하는 목소리들이 한층 격해졌다. 밖이 소란스러워질수록 기도 소리는 더욱 커졌다. 신도들의 방언과 찬송 소리가 데시벨을 높였다.

혹시나 기도가 부족해서, 신심이 모자라서 ‘명단’에 들지 못할까 봐 신도들은 절박했다. 몸 안에 남은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냈다.

한 남자는 무릎을 꿇고 연신 절을 하며 하나님을 목청껏 불렀다. 누군가는 가슴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울부짖었다. 나는 조용히 손을 맞잡고 입안으로 기도문을 되뇌었다.

댕~ 댕~ 댕~

강당의 벽시계가 자정을 알렸다. 마치 몸이 공중에 떠오르는 것처럼 격렬했던 기도와 오열, 찬송 소리가 진공 속으로 빨려드는 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누군가 ‘허흡’ 하고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가 그마저도 고요 속에 잠겼다. 나는 온몸에 힘을 풀고 눈을 질끈 감았다.

틱, 틱, 틱

소름 돋는 침묵 속에 초침 소리가 맥박처럼 느껴졌다. 몇 분이 지났을까. 살짝 눈을 떠 주위를 본 순간, 내 몸은 그대로였다. 옆의 언니도, 앞의 사람도 멍하니 시계만 바라봤다.

그날 우리에겐 휴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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