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한 교수의 정보의료·디지털 사피엔스]트럼프의 '플랫폼' 사업과 'MAPGA'

지중해의 프랑스 남동부 항구 도시국가 모나코는 입헌군주제 도시국가로 바티칸시티에 이은 세계 제2의 소국이다. 사계절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와 휴양, 오락 도시로, 모나코 영주권 획득은 100만유로 투자와 인터뷰 승인으로 가능하다. 기업의 세금이 면제된 '조세천국'이며 국가 운영 비용은 '카지노 수입'으로 충당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영주권인 그린카드는 골드카드라며 “우리는 2주 후부터 황금카드를 판매할 것이다. 이 카드에 약 500만달러(70억원)의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는 경악했지만, 트럼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로 바이든 정부가 제재를 부과했던 러시아 부호 올리가르히도 황금카드를 구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높은 장벽으로 국경을 차단하고, 고관세 무역장벽으로 전 세계 무역과 산업의 가치사슬을 붕괴시키고 있는 트럼프의 괴상한 행동도 미국만을 고려한다면 매우 합리적 판단에 기반한 것일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민의 소득세를 면제하겠다고 한다. 실제로 1800년대까지 미국엔 소득세가 없었다. 소득세를 걷기 어려운 국가 형성 과정이기도 했지만, 성장하는 미대륙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품에 관세를 매겨 국가 운영에 필요한 세금을 충당할 수 있었다. 입헌군주국인 모나코만 세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동의 부국 중 일부도 국민에겐 세금을 거의 걷지 않는다. “국민을 돌봐야 마땅한 국왕이 국민에게 세금을 뜯어서야 되겠는가?”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국왕에게 가능한 장면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다. 바로 플랫포머(Platformer)라 불리우는 플랫폼 기업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21세기에 정보기술(IT)로 급부상한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참여자에게 플랫폼 사용료를 받고 플랫폼의 거버넌스를 지배한다. 오늘날 시총 최상위를 차지한 상당수의 빅테크가 플랫포머다. 플랫폼 기업은 기업 직원의 복지증진에 힘쓰고 급여를 더 주려 하지, 직원에게 '세금'을 뜯으려 하지는 않는다. 운영비는 플랫폼 입장료와 사용료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쉬운 예는 5일장, 3일장 같은 장마당이다. 마을 사이에 공터가 있으면 사람들은 서로 필요한 물품을 구할 수 있는 물물교환을 위해 장마당을 연다. 처음에는 그저 자연발생적 거래터였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네트워크 효과로 거대 장마당이 생기고 큰 상인과 큰 상권이 생긴다. 종국에는 더 좋은 길목을 차지하려는 갈등이 폭발한 폭력사태가 일어난다. 치안을 명분으로 작은 폭력배가 질서를 잡고 '세금'을 뜯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필요악이지만 질서유지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곧 거대 폭력배 사이의 이권 싸움으로 큰 충돌이 발생하면 더 강력한 권력이 필요해진다. 어떤 의미에서는 원시적 '국가의 건국'이야 말로 최고의 고대 비즈니스 모델이었을 것이다. 군사를 일으켜 플랫폼을 건국하고, 질서와 신뢰라는 '거버넌스'를 수립해 군림한다.

문제는 국가가 자국민의 세금을 너무 많이 뜯어서 장마당 운영에 도움보다 억압이 될 때 발생한다. 모나코는 조세 회피와 카지노로, 중동 부국은 막대한 천연자원의 국가 운영으로 플랫폼 운영비를 댈 수 있다. 그러나 인구도 많고, 자원도 부족한 나라들은 적정 세금 규모를 놓고 항상 갈등한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핵심 역할은 적정 세금 규모의 결정인데, 현실은 권력투쟁뿐이라 걱정이다.

플랫폼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매력 리더십'이다. 타 플랫폼보다 더 저렴하고, 더 신뢰할 수 있고, 더 편하고, 더 빠른 플랫폼은 번성하고, 매력 경쟁에 뒤처진 플랫폼은 소멸한다. 트럼프는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사업하기 좋고, 살기 좋고, 외세의 침공 위협이 없는 최고의 '국가 플랫폼'으로 본다. 매력적인 미국 플랫폼에 최고의 기업과 인재들이 돈을 싸들고 가입해올 것임을 믿는다. 트럼프의 MAGA는 국경장벽, 무역장벽, 영주권 판매로 플랫폼 입장료와 사용료를 받고 플랫폼 직원인 미국민의 소득세는 면제하는 'MAPGA(Make Americal Platform Great Again)'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juha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