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항공 분야에서 오랜 기간 재직 중인 전문가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정리를 맡은 나 역시 항공교통 전공으로, 이 바닥이 좁고 여러 이해관계가 있음을 알기에 익명을 약속하고 싣는다. 본 기사의 목적은 일반인에게 조금 생소할 수 있는 '항공'이라는 분야를 상식적인 시각에 기초해 해설하는 것이다. 항공 분야에 몸 담은 사람이라면, 이런 관점에서도 사건을 볼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이 점을 양해하고 기사를 봐주시길 바란다.
우선, 지난 기사의 요약이다.
1. 버드 스트라이크는 항공기 운항 중에 흔히 발생한다.
2. 엔진은 살아 있었다. 엔진이 멈췄으면 저렇게 속도가 나지 않는다. 엔진이 살아 있는데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았다.
3. 엔진이 살아 있었다면, 상공에서 충분히 안정을 취하고 관제사와 컨택 후 지상 준비를 하고 내려와야 했다.
4. 앞에 둑이 있고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비행기를 급회전해서라도 잔디밭으로 가야 했다.
5. 동체 착륙 시, 지상과 아무런 협조가 되지 않았고 비상조치도 없었다.
6. 활주로 터치다운 포인트를 놓쳤다.
위와 같은 몇 가지 의문점을 풀기 위해선 데이터가 필요하다. CVR과 FDR을 해독하기 전까지 우리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건 제주항공이 가진 정보들이다.
바로 알 수 있는 것들
관제사와 조종사 녹음은 24시간 자동 녹음된다. 재생하면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사고가 나면 1년간 보관하게 되어 있고, 우리가 일차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다.
그럼 제주항공은 어떤가?
출처 - <딴지일보>
항공기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조사위원회는 가장 먼저 현장을 외부로부터 통제해야 한다. 구조 인력 외에는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무조건 많은 자료를 남기고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천천히 현장을 치워야 한다. 여기서 제주항공은 무엇을 해야 할까.
조종사들은 운항관리사와 위기 때 즉각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조종사들과 교신만 하는 통신 담당 근무자가 따로 있다. 비행기와 지상이 어떤 교신을 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제주항공은 아직 아무 말이 없다.
제주 항공에는 위기 대응 프로세스가 없었다. 해외 항공 사례를 보자.
항공기는 위험한 물체다.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어야 한다. 이곳에는 빈 사무실이 준비되어 있다. 책상마다 정비팀, 여객운송팀, 화물팀, 운항관리팀, 홍보팀 등 전화기가 세팅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사고가 났을 때 즉각 파견되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렇게 지점별로 사고대책본부가 구성되고, 사고가 난 것을 가정하여 1년에 한 번씩 연습한다.
왜 그런 훈련을 할까? 실제 사고가 났을 때, 본사의 사고대책본부가 현지 공항의 사고대책본부로 최단 시간 내 급파되어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출처 - <연합>
제주항공은 본사에 이러한 공간 하나가 없어서 메이필드 호텔로 가 브리핑을 열었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홈페이지에는 대국민 사과문 한 장을 남겼다. 사고 발생 후, 9시간이 지나서야 직원 270명을 모아 무안으로 보냈다고 발표했다. 객실 승무원과 운항 승무원을 합치면 몇천 명이 되는 제주항공의 규모에서 270명을 파견했다고 당당했다.
출처 - (링크)
사고가 나면 먼저 직원들을 순차적으로 급파하고, 컨트롤 타워가 현지에 머물면서 현장 관리를 해야 한다. 제주항공에는 그런 체계가 없었다.
현재 여러 전문가들이 방송에 나와 추측을 늘어놓고 있다. 보는 사람은 혼란스럽다. 전문가마다 정보가 다르고, 항공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의 눈엔 “이건 아닌데?” 싶은 주장을 펼친다. 사실상 비전문가들이 추측해서 상황을 중구난방으로 만드는 중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현재 가장 많은 정보를 보유한 제주항공에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이것이 제주항공 홍보팀의 일이다. 개인 정보를 제외하고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전문가도 제대로 비판한다. 엔진이 타오르면서 엄청난 파워로 이동하는데 버드 스트라이크 때문에 엔진이 죽었다고 말하는 전문가가 있다. 말이 안 된다.
사고 초기 단계에서 모든 정보(비행기 이력, 조종사 이력, 승무원 데이터, 승객 리스트 등)는 제주 항공이 가지고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공개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언론에 배포하는 것이다.
사고 항공기의 비행시간, 최근 정비 시간을 밝히고 그래서 안전상의 문제 유무를 따지고, 조종사는 어떤 훈련을 거쳤고 그는 비행 전에 언제 휴식을 취했는지 등을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신속하게 현장 대책본부를 세워서 사고 현장을 수습해야 한다. 지금까지 제주항공의 대처는 빵점이다.
출처 - (링크)
또 하나. 제주항공은 지금 정상 운행 중이다. 김이배 대표는 1조 5천억 보험 가입 여부를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애도 기간이 끝날 때까지 혹은 사고 조사가 끝날 때까지 제주항공의 모든 노선을 중지하겠다고 발표해야 한다. 막 구성된 유가족협의회에 대해선 의견이 한데 모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함은 물론이다. 본인들이 정보를 내놓지 않으면서 유족들의 의견은 빨리 모으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렇게까지, 라고 말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나 제주항공은 737 한 기종만 운행한다. 이 기종 하나가 사고가 나 나라가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똑같은 기종을 버젓이 운행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안전 불감증이다. 지금도 제주항공은 이렇게 기내 방송을 내보내고 있을 것이다.
“제주항공을 이용해 주신 승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여러분을 도착지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