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휴전이 성사된 이후 피란민들이 불안감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휴전이 지속하리란 보장이 없어 불안감이 감돌며, 이스라엘군이 아직 남아 있는 레바논 남부에선 경고 사격도 이어졌다.
27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휴전이 발효된 이후 레바논 북부에서 남부로 수만명이 귀향길에 올랐다. 이스라엘군이 ‘남부는 아직 군사 구역이므로 돌아가지 말라’고 경고 방송을 내보냈지만 집으로 가려는 이들을 막을 순 없었다. 매트리스와 사람들을 태운 차량으로 도로가 막혔고, 도로 옆으론 귀향 행렬을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깃발을 흔들고 행진을 벌이며 휴전을 축하하는 인파도 있었다.
지난 두 달 동안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세가 거세지며 레바논에선 피란민 약 100만명이 발생한 바 있다. 레바논에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3500명 이상이 숨졌다. 이스라엘과 접경한 남부 지역은 특히 폐허가 됐다.
레바논 남부 지브킨 주민 제이나브(28)는 “휴전 소식을 들었을 때 웃으면서도 울었다. 짐을 챙기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와 폐허가 된 집을 확인하며 “행복한 동시에 슬프다. 우리가 잃어버린 이들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건할 것”이라고 했다. 서로를 포옹하고 망자를 매장하려는 이들도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반면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을 피해 약 6만명이 떠났던 이스라엘 북부에서는 기쁨보다 의심과 불안이 큰 분위기라고 CNN이 전했다. 휴전이 영구적인 평화를 담보하진 못한다고 여겨 귀가하지 않으려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CNN은 이날 슈툴라 지역을 찾아 간간이 폭발음과 사격 소리가 들렸으며 여전히 유령 마을 같았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이 협정이 얼마나 오래 지속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최북단 지역의 시장들과 면담했다고 알려졌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한 시장은 “그는 우리가 당장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이해한다고 말했다”면서도 “(휴전은) 항복이다. 매우 좌절했다”고 CNN에 밝혔다. 먼저 돌아왔던 한 주민은 “자녀가 있는 이들은 안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헤즈볼라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휴전은 성사됐으나 총성은 멎지 않았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아직 레바논 남부에서 완전히 철수하지 않은 상태다. 이스라엘군은 남부 마을에 접근하려는 이들에게 경고 사격으로 대응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레바논 주민이 남부 국경 마을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말라”고 군에 지시했다.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인 아비차이 아드라이 대령은 이날 “28일 오전 7시(한국시간 28일 오후 2시)까지 (남부) 리타니강을 넘어 이스라엘군이 주둔하고 있는 마을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미 리타니강 이남으로 간 피난민들은 현재 위치에 머무르라고도 지시했다. 이어 이는 피란민으로 위장한 헤즈볼라 대원이 접근하려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헤즈볼라는 휴전 후 첫 입장을 내 “이스라엘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휴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헤즈볼라로선 지휘부 몰살, 통신망 파괴, 전력 손실 등을 겪고도 조직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휴전을 얻어낸 것만으로도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에선 휴전을 두고 반응이 엇갈렸다. 연정 내 극우파가 휴전을 강력하게 반대했으며, 휴전 후 국방부 앞에선 휴전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휴전 반대파는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는 취지로 비판을 표했다. 이러한 국내 여론과 네타냐후 총리의 부패 혐의 회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등이 맞물려 가자지구 휴전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