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참관단 안 보낼 이유 없다

2024-11-27

우크라이나전은 남 일이 아니게 됐다. 러시아군과 함께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은 전투경험을 쌓고, 우리에게 실질적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

전투경험과 관련해선 ‘사막의 여우’라 불린 독일의 에르빈 롬멜 장군의 일화가 있다. 롬멜은 1차 세계대전에서 보병장교로서 복무하다 1914년 9월 프랑스의 한 숲에서 적의 포격을 당하게 된다. 다른 독일군 부대는 울창한 숲에 숨었지만 롬멜이 속한 부대는 나무 하나 없는 황량한 산등성이에 위치했다.

그런데 숲에 엄폐한 옆 부대는 극심한 피해를 입었고, 숨을 곳이 없어 참호를 파고 웅크려있던 롬멜의 부대는 멀쩡했다. 숲이라면 당연히 안전하다는 통념과 달리, 나무와 같은 엄폐물이 없는 곳이 더 안전했던 것이다.

롬멜은 이렇게 원인을 분석한다. “불모의 산등성이에서는 피해를 주지 않고 날아갔을 포탄들이 (숲에서는) 나무를 치거나 나뭇가지 사이에서 폭발해 (아군에) 피해를 입혔다. 현대의 포탄 신관은 보다 정확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숲)지형에서는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롬멜보병전술)

전투 전까지는 나무와 숲이 위험요소가 될 줄 몰랐다가 피를 흘린 뒤에야 알게 된 것이다. 그게 실전이다. 파병된 북한군도 마찬가지로, 우리군이 모르는 전장의 변수를 병사들의 피를 통해 획득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참관단 혹은 전황분석단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려 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김용현 국방부 장관)라고 말하는 데는 전투경험과 관련한 고심이 있을 것이다. 북한군의 전술 구사와 무기 사용법을 살펴봐야 우리의 방비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냉정히 말하면, 우리군 장병이 희생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반면 야당은 “국회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결사반대 중이다. 남북간 긴장 고조 역시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는 것(참관단)과 전투를 하는 것(파병)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우리군이 휴전선에서 북한군 동향을 주시하는데, 이걸 두고 전투라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회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면, 야당도 정부·여당과 무릎을 맞대고 국익의 관점에서 득실을 따져보는 게 맞다. 국방부 장관 탄핵부터 꺼내는 건 본말이 뒤바뀐 것이다.

평화시에 준비하지 않으면 전시에 피를 흘린다. 롬멜이 교훈을 얻는 대가로 프랑스의 어느 숲에서 독일 청년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