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스맨>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상살이가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 가진 것 없이 태어나 맨 땅에 헤딩하듯 살고 있는 이 땅의 젊은 청춘들, 사는 게 크게 재미없는 사람들의 반전 이야기다. 그래서 실화 같고 때론 공감의 웃음이 묻어 나온다. 가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속절없는 주인공 칼이 어쩌면 우리들 이야기 같단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모든 걸 거절하는 남자 칼은 대출회사에서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혼한 경력을 가진 소심남으로 자기 방어가 심한 전형적인 No Man이다. 심리적으로 자기 방어가 심한 사람들의 특징은 과거에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칼 알렌(짐 캐리 분)은 이혼 후 3년 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짐작하건데 자기 방어적 타고난 부정적 성격으로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한 후 이렇다 할 상대를 만나지 못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짐 캐리 류의 영화가 그렇지만 진한 다큐멘터리형식이나 교훈이 듬뿍 담긴 영화는 아니다. 가볍고 날렵하며 제트비행기처럼 빠르다.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는 전형적인 부정남이 어떻게 매사 긍정남으로 거듭 났을까하는 부분이다. 그곳에서 의외의 보물을 발견한다. 부정적인 사람이 긍정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1톤 분량의 자기계발 서적 2,000권을 읽거나 거기에 상응하는 정신적 충격을 받아야 한 사람의 신념이 바뀐다고 한다. 즉, 시간을 들여 지속적인 물리적인 자극을 받든지 아니면 강력한 충격요법을 받든지 둘 중에 반드시 하나는 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념의 변화를 예고한 죽음을 재현한 짧은 꿈속의 스토리는 마치 짐 캐리 본인이 더빙한 애니메이션 영화 <크리스마스 캐롤, 2009>에 똑같은 컨셉으로 나온다. 기막힌 타이밍과 우연이다. 찰스 디킨스 원작의 『크리스마스 캐롤』은 유명한 구두쇠 스쿠루우지 영감에 관한 이야기다. 크리스마스의 단골메뉴며 은근히 재미와 감동, 교훈 이 세 박자가 꼭 맞아 떨어진 명작이다. 현실주의자를 넘어선 냉혹한 유물론자이자 황금숭배 만능주의자인 스쿠루우지는 조카의 저녁 초청을 야박하게 거절하는 삼촌이자 기부금을 요청하는 신사에게 온갖 비난을 날리는 표독스런 영감이다.
그런 그에게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유령이 찾아오는데 7년 전에 죽은 구두쇠 동업자 친구 '말리'다. 온 몸에 돈 통을 족쇄처럼 달고 온 말리는 곧 세 유령이 나타날 것이고 지난 일을 반성하지 않는다면 형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오직 돈 밖에 모르고 살아온 지난날 때문에 이런 시련을 받는 것이라 이야기하며 인생이 얼마나 짧은 것인가를 알려주고 또 한 번 실패하면 아무리 오랫동안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왔다며 친구의 유령은 사라진다. 후에 나타난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들은 스쿠루우지의 무지를 일깨우며 각자의 방식으로 그를 직면시킨다는 스토리다. 스쿠루우지의 예스맨 변신의 성공사례이다.
영화 속 칼은 자신의 부정감정을 없애기 위해 'Yes Man'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그곳에서 'Yes Man' 프로그램의 리더 테렌스는 그의 삶을 엑스레이처럼 투명하게 꿰뚫어 보며 변화의 필수요건으로 'Yes'를 가질 것을 주문한다. 얼떨결에 선택한 'Yes' 때문에 생기는 여자 친구며 승진의 신비한 매직이야기는 잘 버무려진 양념이다. 진짜 중요한 이 영화의 메시지는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Yes Man' 프로그램의 리더 테렌스가 알려준 대로 'Yes'를 남발하며 승자의 깃발처럼 살았던 칼은 'Yes'가 나중엔 사랑하는 여인 앨리슨을 떠나보내게 되는 걸림돌이 된다. 테렌스에게 자신에게 주문처럼 걸었던 계약관계를 취소해 달라 요청하려고 그의 자동차에 몰래 올라타서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병실에서 다친 칼에게 테렌스는 'Yes'는 타인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여는 첫 단계라고 설명하고 시간이 지나면 의무감이나 서약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우러나 '예스'라고 한다고 알려준다.
영화 <패치아담스>에서 패치가 죽으려는 벼랑 끝에서 들은 마음의 소리 'All is well'은 유자와 쓰요시가 400억 원을 갚기 위해 노력한 한결같은 마음의 소리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다'와 닮아있고, 그 말은 부정적인 칼의 운명을 바꾼 'Yes'와 닮아 있었다. 스스로를 바꾸기 위해선 기도가 필요하다. 에스~! 에스~! 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