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공감] 사랑을 하고, 그래야 행복도 하고

2024-11-14

“연애도, 결혼도, 돈을 버는 것도 다 행복하려 하는 거잖아.”

우리는 모두 행복하길 꿈꾼다. 돈을 버는 것도, 자기 계발도,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하고, 쉼과 여유, 결혼 역시 다 행복하자고 하는 짓이다. 이렇게 행복을 위해 분투하며 노력해서 삶의 중요한 기로에서 행복을 위한 선택을 했을 텐데, 사람들은 대부분 사는 게 힘들다고 한다. 연애를 하면 연애하는 대로, 결혼을 했으면 결혼한 대로, 출산 후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면 또 그만큼의 힘듦이 있다. 행복하고자 한 선택에 나름의 힘듦이 따라붙는 것이다.

이왕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남들 하는 거 다 해보고 싶다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싶다던 친구가 있었다. 남들 하는 것들을 완료하기 위해 다섯 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의 말은 그때와 다르다. 가끔 어렵게 시간을 맞춰 술잔을 기울이면 뭐, 꼭 남들처럼 살아야 하냐며 모든 것이 엎질러진 이제 와, 자유로운 영혼을 꿈꾼다고 한다. 그렇지만 눈빛에는 자신이 창조해 낸 새로운 생명체를 향한 애정 어린 눈빛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집에서 오는 전화를 받으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다. 친구를 보고 있노라면 살면서 주어진 과제를 성실하게 제출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참사랑과 행복이라는 건 요상한 지점에서 확인되고 소멸해서 도통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올바른 선택을 한 건지, 나를 위한 선택이었는지 늘 아리송하다.

언제부턴가 사랑보다도 행복이 먼저다. 사랑도 행복하기 위해서 한다. 일방적으로 주는 사랑은 호구 되기 좋고, 행복을 위한 조건이 붙는다. 나와 상대방은 동등해야 하며 반반 사랑, 반반 결혼이 대세다. 나에게 이롭지 않은 관계라면 아무리 사랑할지라도 끊어내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면 안 되며 깔끔하고 쿨하게 돌아설 수 있어야 한다. 사랑 말고도 할 일이 너무 많고, 썸이라는 관계가 생기면서 설렘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당위적인 이유도 생겼다. 돈 앞에 가벼워지라고 값비싼 가전제품은 렌탈을, 좋은 차는 할부가, 영상은 구독이, 집은 대출이 가능하다. 잘 먹는 것도 쉬워졌다. 쌀을 씻고 안쳐서 쌀밥을 짓지 않아도 햇반이면 한 끼가 해결되고, 핸드폰 어플로 맛있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 분명 이렇게 사는 게 쉬워졌는데, 왜 사는 건 쉽지 않은지.

그래서 사랑도 미뤄지는 걸까.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기보다는 취업 준비가 더 중요하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향해 다시 고백하고 마음을 졸이기보다는 훌쩍 여행을 떠나고 잊어내는 게 더 멋있고 현명하다. 그게 더 잘사는 것처럼 보인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순간적인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화끈한 연애보다 현실적으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감정은 상대방이 아니라 오롯이 내가 책임져야 한다. 자꾸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노래 가사에서도 사랑이 없어진다. 그럼 우리는 어디에서 사랑을 찾고, 어디에서 사랑을 배워야 하나. 순수할 때만 만들 수 있는 사랑의 모양이 있고, 사랑의 경험이 있어야 사랑이 두렵지 않은데.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할 줄도 안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그 사랑스러운 눈과 감각으로 살아가야 비로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행복과 기쁨을 잘 찾아내는 사람이 타인의 장점과 서로에게 잘 맞는 장점 역시 잘 찾아낸다. 나의 시선에서 시작하고 나의 손끝에서 감각할 수 있어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행복을 느끼는 과정은 어쩐지 멀리멀리 돌아가는 것 같아서, 당장 터지는 도파민 앞에서는 영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기쁨들을 알뜰살뜰하게 챙기면 손해나는 것만은 아니다.

아무튼 그냥 사랑하자구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겨울이 왔으니까.

김현주 울산 청년 작가 커뮤니티 W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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