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해 측면에서 내가 사회적 불편감이 높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사회적 불편감은 내향성과 수줍음으로 나뉘는데 나는 둘 다 높다. 예를 들어, 수업에서 쉬는 시간 10분이 불편하다. 삼삼오오 모여서 스몰 토크하는 그 분위기에 끼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10분 내내 가만히 혼자 앉아있기도 뻘쭘하다. 10분을 다 쓰기 위해 화장실 갔다가 복도를 어슬렁어슬렁 걷는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차에 뭐라도 갖다 놓으려고 괜히 주차장까지 갔다 온다.
대학생 때 수련회에 가도 자기소개하는 시간이 싫었다. 소그룹으로 나눠서 말하는 건 그나마 나은데 한 곳에 다 몰아넣고 레크레이션처럼 처음 보는 사람한테 가서 가위바위보 하고 이름을 알아 오는 시간은 진짜 뛰쳐나가고 싶었다. 대학원 연구실도 웬만하면 안 간다. 누가 있을지 복불복이기 때문이다. 문 열고 들어갔다가 편한 사람이 있으면 자리에 앉고 아니면 잽싸게 볼일만 보고 나온다.
3월에 신입생환영회에서도 사회적 불편감을 느꼈다. 우선 가는 길에 운전하면서 자기소개를 얼마나 연습했는지 모른다. 1차에서 밥을 먹고 나면 집에 가고 싶다. 굳이 2차를 가야 하나. 2차를 가면 음료만 마시고 또 집에 가고 싶다. 첫 타자가 될 용기는 없으니 눈치 게임처럼 누가 먼저 간다고 말할지 예의주시했다. 마침 교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나도 벌떡 일어났다. 마치 집에 가스 불 켜두고 온 사람처럼 말이다. 학생들끼리 편하게 있으라고 교수님이 배려차원에서 일어나신 걸 알면서도 따라 나왔다. 내가 신입생이라 모인 자리임에도.
편한 사람과는 반나절을 같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3시간이 적당하다. 나를 포함해서 3명이 되면 삐걱거린다. 오고 가는 대화를 들으면서 ‘나도 그런 적 있는데’ 맞장구치고 말할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이제 말해야지’ 마음먹으면 심장이 뛰고 자연스러운 타이밍을 자꾸 놓친다. 그러다 듣는 말이 있다. “원래 그렇게 말이 없으세요?”
발표할 때는 시선 처리가 어렵다. 시작할 때 박수받는 상황부터 불편하다. 줄줄 읽는 발표는 그만하고 싶은데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제자리걸음이다. 내향적인 교수님들도 많아 보이던데 수업할 때 능숙한 시선 처리가 신기하다. 이것도 훈련의 영역인가 보다.
말보다 글이 편한 것도 내향적이기 때문이다. 울산저널에서 인터뷰 영상을 찍자고 해서 간 적이 있다. 완성된 영상을 나중에 보니까 손을 배배 꼬고 어깨가 잔뜩 안으로 말려 있더라. 목소리도 조심스러움 그 자체다. 이 영상은 우리 가족만 봤으면 좋겠다.
내향적이고 수줍어서 사회적 불편감이 높은 나를 가만 보니 ‘상대방이 나를 과연 좋아할까?’ 이런 마음인 것 같다. 사회적 장면 또는 대인관계에서 자신이 없는 거다. 그러다 상대방이 나를 안 좋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확 긴장한다. 이래서 혼자 일하는 게 편하다. 업무량이 많아도 협조를 구하느니 무리해서라도 혼자 다 해버리고 만다.
다른 사람한테 보이는 내 모습이 신경 쓰여서 부정적 감정을 참는다. 한 번씩 정제되지 않은 말이 툭툭 나온다. 그때그때 말 못하고 참다가 결국 샌다. 공격성을 참았다면 찌르는 말로 샌다. 대학생 때 “뒤에서 칼 꽂는다”는 말도 들어봤다. 욕구나 감정을 참았다면 말하다가 눈시울이 붉어진다. 찰랑찰랑하게 찰 만큼 참았던 마음을 언어화 못 하니까 눈물이 나는 거다.
사회적 불편감이 높아서 경직되고 긴장할 때가 있다. 이런 나를 알고 나니까 막연하게 ‘내가 왜 이러지? 했던 옛날보다 낫다. 요즘 신뢰가 형성된 사람을 상대로 스몰 토크 연습을 하고 있다. 신뢰가 형성됐다는 건 상대와 로그인이 된 느낌이다. 각 잡고 나누는 진지한 대화 말고 소소한 대화를 시도한다. 그동안 글이나 그림으로 나를 표현해왔다. 이것도 좋지만 말로 풀어내는 작업만큼 효과가 크진 않은 것 같다.
대화에 잘 끼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발표를 잘 하려고 할수록 더 긴장된다(숨 막히는 문장이다). 그래서 먼저 밝히기도 한다. “제가 지금 긴장이 되네요”, “쉬는 시간이 불편해서 주차장까지 갔다 와요” 그리고 ‘잘’을 내려놓으려 한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 뭐 어떤가. 매끄럽지 않아도 봐줄 만하고 내 옆에 소중한 사람들이 있고 그럭저럭 살고 있다.
김윤경 글 쓰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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