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팩플
토스 연구🔎
혁신적 조직 문화 vs 피도 눈물도 없는 ‘토양어선’
톡톡 튀는 마케팅 vs 정체 모를 서비스 집합소
여기 ‘까’와 ‘빠’ 둘 다 미치게 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토스(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입니다. 간편 송금으로 시작해 은행·증권 등 전통 금융 분야로 앱을 확장하더니 뜬금없이 만보기와 고양이 키우기 등 온갖 ‘동전 줍기’ 서비스를 붙입니다. ‘누구나 대표처럼 일할 수 있는 극강의 자율성, 극단적 솔직함과 직설적 피드백을 지향’하는 토스의 조직 문화는 ‘일잘러의 산실’이자 밤새 불빛이 꺼지지 않는 서울 테헤란로 ‘토양어선’(토스+원양어선)이란 평가를 동시에 만들어냈죠. 창업 3년 만에 유니콘에 등극하고,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 회사는 사업 확장부터 조직 문화까지 유난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올해 토스는 ‘미국 증시 상장’에 도전합니다. 상장 후 로켓을 탄 쿠팡의 길을 걸을지, 도전하다 명멸한 숱한 스타트업의 길로 향할지 기로에 섰습니다. 팩플은 이 시점, 토스를 이끄는 최고위 경영진과 전현직 직원, 투자자(VC) 등 30여 명의 입, 그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까지 탈탈 털어 유난한 도전을 가능케 한 토스의 DNA를 정밀 분석했습니다. 핀테크 불모지 한국에서 ‘1원 인증’ 같은 혁신을 앞세워 흑자 전환에 이른 원동력, 까도 빠도 모두 미치게 하는 조직 문화, 앞으로 10년도 ‘더더더’ 성장 가능할지에 대한 전망까지,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으로 구현한 ‘토스 연구’ 시리즈에서 모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Factpl Original
1000억원 제안도 거부한 이승건
토스의 결정적 순간들 [토스 연구①]
2015년 말 서울 모처. 조 단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사업을 키워 나가던 쿠팡 창업자 김범석과 이제 막 서비스 이름을 알리고 있던 토스 창업자 이승건이 마주 앉았다. 김범석은 집요하게 질문했고, 이승건은 압박감 속에서 침착하게 답했다. 토스의 솔루션과 비전에 대한 문답들. 치열한 문답이 오간 후, 김범석이 묵직한 제안을 던졌다.
“지금 얼마나 투자받으려 하죠?”
“50억원 정도 생각합니다. 200억 밸류(기업 가치)에….”
“그럼 우리가 250억원에 사죠.”
둘의 만남을 주선하고, 대화를 지켜보던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번졌다. 그는 성장이 더뎠던 토스를 쿠팡에 장착하면 좋을 것 같다 생각했던 참이었다. 이승건은 “고려해 보겠다” 답했고, 그날 만남은 마무리됐다. 김범석이 떠난 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이승건은 김한준 대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김한준 대표), 생각해 봤는데요. 전 어느 한 곳에서만 서비스하려고 사업을 시작하진 않았어요.”
“아니, 지금 힘들다면서요. 매각하면 자금 문제도 해결되고, 돈도 많이 벌 거예요. 진심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