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시카의 남편’
21일 미국 플로리다 주 탬파 인근 이니스브룩 리조트 코퍼헤드 코스에서 시작된 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 아담 해드윈의 캐디가 걸친 조끼 비슷한 캐디빕의 등 부분에 써 있는 문구다. 원래 이 자리에는 출전 선수의 이름을 쓴다.
해드윈은 자기 이름 자리에 부인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부인 제시카 해드윈은 X(옛 트위터)에 “그래서 (그가) 제시카의 남편이 아니라 (내가) 아담의 부인인 거다”라면서 자상한 남편을 자랑했다.
대회 메인스폰서인 발스파는 페인트 회사다. 대회장 곳곳에 다양한 색깔을 넣는다. 캐디빕도 여러 가지 색깔이다. 주최 측은 캐디빕에 들어가는 문구도 화려하게 하려고 메이저리그 플레이어스 위크앤드를 본따 이름 대신 다른 문구를 쓰게 독려했다.
메이저리그 플레이어스 위크엔드는 평소와 다른 유니폼을 입고 손목 밴드 등 장비에 대한 규정을 완화해 특별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허가한다. 선수의 개성을 드러내고 어린이를 비롯한 팬들에게 어필하도록 기획했다.

발스파 캐디빕 문구 백일장은 초창기에는 참가가 적었지만 지금은 절반 가까운 선수가 참가하고 있다. 주로 별명이나 소셜 미디어 주소를 쓴다. 광고는 안 된다.
대회는 이 캐디빕으로 여러 번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폴 케이시는 2019년 ‘더 챔프×2(The Champ×2)’라고 썼다. 이 문구 덕분인지 케이시는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우승했다.
2023년 맥스 그리비의 캐디빕은 ‘미스터 89’였다. 그리비는 대회 직전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1라운드에 69타를 치더니 2라운드에 89타를 쳐서 컷탈락했다. 캐디의 등에다 스스로 자신을 놀렸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출신 로버트 매킨타이어는 ‘유럽 16.5-미국 11.5’라고 썼다. 자신이 참가한 라이더컵에서 유럽이 미국에 완승한 스코어였다.
올해 히트 상품은 아담 해드윈 뿐 아니라 윌 잘라토리스의 캐디빕도 있다. 잘라토리스는 ‘길모어 캐디’라는 문구를 썼다. 잘라토리스는 7월 넷플릭스에 공개될 영화 ‘해피 길모어 2’에 출연했는데 이에 대한 홍보다.
영화는 1996년 골프 코미디 ‘해피 길모어’의 속편이다. 잘라토리스는 전작 영화에서 자신이 좋아한 캐릭터 길모어의 캐디를 캐디빕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잘라토리스는 2부 투어 선수이던 2021년 마스터스에서 우승 경쟁을 할 때 해피 길모어의 주연 아담 샌들러의 응원을 받은 후 친해진 것으로 알렸다. 당시 잘라토리스는 준우승을 했고 투어에 이름을 알렸다. 잘라토리스는 “영화 촬영은 재미있었다. 내 연기가 형편없다고 생각하더라도 나는 배우가 아니니까 괜찮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도 개성이 있다. 안병훈은 ‘WEAPON(무기)’이라고 썼다. 안병훈은 “코치인 폴리가 나에게 지어준 별명”이라고 했다. 이경훈은 ‘미스터 인크래더블’이다. 재미 교포인 더그 김은 ‘김치’라는 자신의 닉네임을 붙였다.
팜하버=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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