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올해도 제약사들 간에 공동 판매(코프로모션) 계약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각자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수익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계 일부에서는 ‘공동 판매’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공동 판매가 가진 한계와 위험성을 지적하며, 제약사가 자체적인 R&D 등을 통해 신약을 확보하려는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올해도 잇따르는 제약사 ‘공동 판매’…일반의약품·항암제 등 품목 다양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도 제약사들 간의 공동 판매(코프로모션)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먼저 SK케미칼은 비아트리스 코리아(Viatris Korea)와 지난 5일 ▲리리카 ▲뉴론틴 ▲쎄레브렉스에 대한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SK케미칼은 3개 의약품의 전 병원 대상 유통과 300병상 미만의 병·의원 마케팅을 맡으며, 300병상 이상의 종합 병원 마케팅은 비아트리스 코리아가 담당한다.
또한, 지난 1월에는 제일헬스사이언스와 일반의약품인 혈액순환 개선제 ‘기넥신’과 통증 패치 ‘트라스트’ 일부 품목 공동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제일헬스사이언스가 ‘기넥신에프연질캡슐120㎎’과 ‘트라스트패취’에 대한 약국 영업과 마케팅을 전담한다.
종근당은 지난 2월 GC녹십자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라펙’의 공동판매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종근당은 뉴라펙의 독점적인 유통 권한을 보유하게 되며, GC녹십자와 공동으로 국내 영업 및 마케팅을 진행하게 된다.
유한양행은 바이엘 코리아와 지난 1월 ▲항진균성 치료제 ‘비판텐연고’ ▲질염‧외음염 치료제 ‘카네스텐’에 대한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다.
HK이노엔은 한국로슈와 지난 1월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의 공동 프로모션 협약식을 진행했다. 계약에 따라 HK이노엔은 대장암과 부인암 분야에서 아바스틴 마케팅 및 영업을 담당하며, 한국로슈는 아바스틴에 대한 전문적 연구 및 임상 등을 진행한다.
◆ 공동 판매 특징 첫 번째 ‘효율성’…시간·비용·인력 대비 매출 ‘극대화’
제약사 간의 공동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효율성이 꼽힌다.
제약사들이 동일한 제품을 함께 마케팅과 영업을 진행하고, 각 제약사의 영업망과 네트워크를 공유할 수 있어 기존보다 더 많은 의료기관에 효율적으로 접근해 제품을 알려 판매량 증가를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업망 확대 및 영업사원 등 인력 유지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면서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으며, 기존에 존재하던 의약품이라면 즉각적인 매출과 수익 창출로 이어진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공동 판매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양사가 서로 제품을 맞교환하는 형태로 협력할 경우 단순히 자사 제품의 영업망과 매출 확대를 넘어 타 제약사의 제품을 통해 자사의 새로운 수익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령과 HK이노엔 간의 공동 판매로, 각각 보령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와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에 대한 공동 판매에 나서자 보령은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HK이노엔 역시 전년 대비 성장한 약 9천억원에 매출을 기록하는 실적을 일궈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카나브와 케이캡을 공동 판매를 진행한 결과, 상호간 진출 시장 범위가 확대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면서 "양사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매출을 책임질 수 있는 제품이 적은 경우 영업사원을 꾸리고 관련 조직 운영 등에 필요한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들이 부담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 공동 판매 특징 두 번째 ‘시너지 효과’…‘병용 요법’으로 묶인 의약품 판매 효과↑
제약사 간의 공동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는 또다른 이유로 ‘시너지 효과’를 들 수 있다.
특히, 병용요법으로 묶여있는 약물일수록 시너지 상승 효과가 커진다는 설명이다. 이미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치료법인 만큼, 의료진 입장에서는 공동 판매가 이뤄지는 약물에 대한 인지도가 그렇지 않은 약물보다 높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제를 처방하는 것이 최우선이기에 의약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노출 및 인식이 상승해 약물 처방 시 우선순위가 약간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 선생님들이 병용요법으로 처방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배경이 의약품 간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어 공동 판매 협약 체결로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 공동 판매 해지시 매출 타격 심화 가능성↑…“신약·오리지널 등 차별화 도구 마련해야”
다만, 이러한 제약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공동 판매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매출 확대 및 수익성 확보 과정에서 너무 공동 판매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제약사의 매출 비중이 자사 제품 대비 공동 판매하는 타 제약사의 제품 비중이 커지거나 주력 매출 제품에 공동 판매를 진행하는 타 제약사의 제품 포함 및 의존도가 클수록 공동 판매 계약 만료 및 해지 시 사업구조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종근당 사례다. 지난 2023년 기준 전체 매출액의 8.2%에 달하는 1천3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위식도역류질환 ‘케이캡’의 공동 판매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당시 종근당은 매출 하락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종근당이 발빠르게 ‘케이캡’과 비슷한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를 확보하고, 셀트리온제약의 간기능 보조제 ‘고덱스’의 판권을 확보하면서, ‘케이캡’의 커다란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종근당 사례를 언급하며, “제네릭 의약품이 범람하는 상황 속에서 제약사들이 더 많은 의료기관에 진출하려면 신약이나 오리지널 제품을 1개 이상씩 가지고 있어야만 신규 고객 유치나 기존 고객과의 영업·마케팅을 안정적으로 유지 및 강화할 수 있다”면서 “차별화 도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제약사들의 숙명이다”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