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에 생산을 맡겨왔던 미국 바이오 기업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생산 계약을 맺었다. 미국의 ‘생물보안법’ 리스크를 미리 피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겨냥한 생물보안법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도 이같은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아포지테라퓨틱스는 10일(현지 시간) 삼성바이오와 아토피 신약 ‘APG777’의 임상시료를 생산하기 위한 포괄적 협력 계약(MS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아포지테라퓨틱스는 삼성바이오에 서비스 수수료와 재료 및 테스트, 보관을 포함한 비용을 지불한다.
양 사는 또 신약 허가 이후 2029년부터 2034년까지 상업 생산을 위한 계약도 체결키로 했다.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추후 삼성바이오의 수주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삼성바이오는 2018년 이뮤노메딕스 ‘트로델비’의 임상시료를 생산하다 2020년 트로델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허가를 받은 후 상업 생산에 돌입해 계약금이 346억 원에서 1845억 원으로 늘었었다.

아토피 신약 ‘APG777’는 아포지테라퓨틱스의 대표 파이프라인이다. 현재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회사는 그동안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생산 계약을 맺고 개발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삼성바이오에 의약품 제조를 위한 의향서(LOI)를 제출했고 최근 본 계약에 해당하는 MSA를 통해 계약을 확정했다. 이번 계약으로 우시바이오로직스와 거래가 중단됐는 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포지테라퓨틱스는 미국 생물보안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삼성바이오와 계약을 맺었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인의 유전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우려 기업(우시바이오로직스, BGI 그룹 등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법이다. 아포지테라퓨틱스는 “생물보안법은 지난해 법제화되지는 않았으나 올해 다시 제안될 수 있다”며 “지정학적 위험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생물보안법이 재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외 CDMO업체를 찾는 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대표적인 수혜국으로 꼽힌다. 삼일PwC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미국에 본사를 둔 바이오기업들 중 32%는 생물보안법으로 인해 중국 파트너사 변경을 검토하고 있으며 4%는 이미 파트너사를 변경했다고 응답했다. 이 외에도 미국 기업들은 생물보안법이 도입될 시 중국 CDMO 파트너사에 대한 신뢰도가 50%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삼일PwC는 보고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의 정책 기조상 생물보안법 통과 노력은 재차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며 “바이든 정부에서의 제약·바이오산업 관련 정책이 일부 바뀌긴 할 것이나 트럼프 행정부 2기는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반(反)중국 기조를 유지할 것이기에 견제의 핵심 법안인 생물보안법은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택의 매출 절반 가량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며 “생물보안법 입법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CDMO업체는 물론 바이오 소부장 기업들도 직간접적으로 수혜를 입는 생태계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