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위기의 한복판이었던 1998년 7월 31일, 배찬병 당시 상업은행장과 이관우 한일은행장이 두 은행의 합병을 발표했다. 같은 해 6월 옛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 판정을 받고 경영 정상화 계획을 제출해야 했는데 은행을 합쳐 경쟁력을 높이고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렇게 두 은행은 1999년 통합 한빛은행(옛 우리은행)으로 다시 태어났다.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통합해 출범한 우리은행이 26년 만에 퇴직 직원 동우회를 하나로 합쳤다. 은행은 1999년에 한몸이 됐지만 퇴직 직원 동우회는 지금까지 따로 운영돼 왔다.
우리금융그룹은 3일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퇴직 직원 동우회가 ‘우리은행 동우회’로 통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동우회는 퇴직직원간 친목과 상호부조를 위한 자율적 모임이다. 동우회는 1970년대에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에서 각각 설립됐고 1999년 합병 이후에는 ‘효자동 동우회(상업은행)’와 ‘을지로 동우회(한일은행)’으로 따로 운영돼 왔다. 상업은행 동우회는 약 2900명, 한일은행은 3300여 명 정도된다. 이번 통합으로 강원 상업은행 동우회장과 유중근 한일은행 동우회장이 우리은행 동우회 공동대표가 됐다.
우리은행의 동우회 통합은 의미가 크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출신 은행별로 계파 갈등이 적지 않았고 인사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정치권에 줄을 대는 사례가 많았다. 이 때문에 내부 조직문화가 흐트러지고 채용 비리와 부당 대출의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은 올 초 동우회 통합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약 10개월 간 후속작업을 지속했고 이번에 결실을 맺게 됐다.
동우회 통합에는 관료 출신인 임종룡 회장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임 회장은 두 은행의 동우회를 하나로 합침으로써 우리은행이 명실상부 ‘하나의 은행’으로 거듭나는데 일조했다. 임 회장은 “동우회 통합은 종합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하는 데 있어 화학적 결합을 완성하는 중요한 연결고리”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