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찾은 ‘지금의 얼굴’…40년 만에 되살린 실종아동 모습

이달 5일 장기 실종 아동 포스터에는 수십 년 전 촬영된 어린 시절 모습과 함께 ‘2025년 현재 추정 얼굴’이 병기된 이미지가 나란히 실리고 있다. 실종 당시 13세였던 김이곤 씨와 14세였던 김태희 씨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50대 장년의 모습으로 재구성됐다. AI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얼굴 골격과 피부 변화를 학습하면서, 장기 실종자의 현재 모습을 더욱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이런 작업을 미국 전문 업체에 의뢰해야 했고, 결과물을 받기까지 한 달 가까이 걸렸다. 하지만 KIST가 2015년 관련 기술을 국산화한 이후 처리 기간과 비용이 크게 줄었고, 2023년 도입된 ‘슈퍼 레졸루션’ 기술은 기존보다 해상도를 4배 높이며 구현 정확도를 끌어올렸다.

기술 개발을 이끈 김익재 KIST AI·로봇연구소 소장은 “시간 흐름에 따라 얼굴에 나타나는 특징을 AI에 학습시켰다”고 설명했다. 성장기를 지나면 남성은 턱선이 각지고 여성은 타원형으로 부드러워지며, 남녀 모두 코가 길어지고 콧대가 높아지는 변화가 나타난다. 중년이 되면 눈가와 팔자 부위에 주름이 깊어지고 기미·주근깨가 형성되는 등 공통적인 노화 패턴도 반영된다.

의상과 머리 스타일도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다양성을 확보했다. 김 소장은 “과거에는 정해진 옷차림·헤어스타일을 데이터베이스에서 골라 합성했지만, 이제는 AI가 파마머리 등 다양한 스타일을 직접 생성해 제작 속도가 대폭 빨라졌다”고 말했다.

경찰청·보건복지부와 함께 포스터를 제작한 아동권리보장원은 현재 관리 중인 장기 실종 아동 189명 가운데 60명의 현재 추정 모습을 AI로 구현했다. 포스터를 보고 시민이 제보해 상봉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2~3년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는 게 기관 측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실종 신고 후 1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못한 장기 실종 아동과 장애인은 모두 1417명에 달한다. 1128명은 20년 이상 실종 상태다. 실종자의 인상착의나 나이대 등 특징을 AI가 기억한 뒤 여러 폐쇄회로(CC)TV 화면에서 동시 추적하는 이 기법은 전국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