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알래스카 LNG 사업 ‘신중론’ 깨고 ‘협상카드’ 활용하나

2025-04-09

한덕수 대행, 트럼프와 통화에서 먼저 언급 ‘적극 신호’

25% 상호관세 발효에 다급…사업 참여 급선회 가능성

전문가들 “다음 정부 연속성 불확실…조급해선 안 돼”

한국에 부과된 25% 상호관세를 낮추거나 없애기 위해 미국과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한 정부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과 조선업 등을 ‘협상 카드’로 활용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LNG 사업 참여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적극적인 ‘신호’를 보내는 모습이다.

이는 종합적인 협상 전략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인 데다, 조기대선을 앞둔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미 협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9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통화에서 미국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을 먼저 언급한 쪽은 한 권한대행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 권한대행과 28분간 통화한 직후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거대하고 지속 불가능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LNG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한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지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현지시간)에도 한국의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재집권 후 첫 의회 연설에서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수조달러씩 투자하면서 우리(알래스카 LNG 사업)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언급은 한국의 사업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용’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한 권한대행이 먼저 언급함으로써 한국의 참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놓은 셈이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알래스카 북단의 프루도베이의 가스전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1300㎞에 이르는 수송관으로 운송해 액화한 뒤 수출하는 사업이다.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그간 파나마 운하를 거쳐 1개월가량 소요되던 미국산 LNG 운송 기간이 약 1주일로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64조원(44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 비용, 연중 영하 40도인 혹한의 여건 때문에 업계에선 사업성이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 브리티시페트롤륨(BP), 코노코필립스가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2016년 철수했다. 중국 역시 2017년 공동개발을 약속했다가 2년 뒤 철회했다.

그간 알래스카 LNG 사업이 “미국 입장에서는 굉장히 우선순위가 높다”(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지난달 4일)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온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달 20일 재차 방미길에 올랐을 당시 안 장관은 미국산 LNG 구입 확대에는 “수입처 다변화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미국과 상호호혜적인 협의를 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반면 알래스카 사업에는 “다각적 채널로 사업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으로 지금 시점에서 (참여 여부를)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한 권한대행의 언급을 기점으로 통상당국의 태도 역시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에 입국한 뒤 기자들을 만나 “알래스카 LNG와 조선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충분히 협의를 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지난달 14일에는 “사업 관련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권한대행과 정 본부장의 언급을 종합할 때 일본·유럽연합보다 높은 25% 관세를 부과받은 뒤 다급해진 정부가 알래스카 사업 참여를 ‘협상카드’로 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총리의 말은 장관의 말과는 무게가 다르다. 다음 정부에도 부담을 줄 수 있는 얘기”라며 “(다음 정부에도 이어질지) 확언할 수 없는 얘기를 미국에 먼저 꺼내는 것은 대미 협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일본과 우선 협상하겠다고 하는 이유는 두 국가가 가장 만만한 상대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 내 반대 여론이 비등해지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하는 압박이 있을 것”이라며 “미국 관세정책 방향과 일본의 협상 등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보고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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