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김광현(37)은 ‘가을 잔치’에서 자주 소환되는 선수다. 지난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5전 3승제) 2차전에서도 경기에 나서지 않은 김광현의 이름이 많이 언급됐다. 이날 SSG 선발인 좌완 김건우(23)가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6타자 연속 탈삼진을 잡는 깜짝 역투를 펼친 뒤다.
포스트시즌에서 어린 투수의 활약상이 나올 때면 김광현의 이름도 함께 거론될 때가 많다. ‘어린’ 김광현의 ‘가을 야구’는 그만큼 강렬했다. 2007년 SK(SSG 전신)에 입단한 신인이던 김광현은 1승2패로 밀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상대 외국인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와 맞대결로 승부의 균형이 두산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김광현은 7.1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의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김광현의 승리투는 시리즈 분수령이 됐다. SK는 2패 뒤 4연승으로 창단 이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김광현은 올 포스트시즌 첫 경기로,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준플레이오프 4차전 출격을 준비한다. 선발 순서가 뒤로 밀렸다. 항상 ‘가을 잔치’ 첫 경기에서 1선발을 놓치지 않았던 ‘주인공’ 김광현에겐 조금은 낯선 자리다.
2차전부터 김광현 투입이 가능했지만 이숭용 감독은 김광현 카드를 아꼈다. 에이스 드류 앤더슨이 장염에 걸려 등판이 3차전으로 밀린 상황에서도 1차전에 미치 화이트, 2차전에 ‘신예’ 김건우를 먼저 썼다. 이 감독은 2차전이 우천 순연된 뒤에도 김건우 선발을 유지하며 “시즌 막판 흐름이 좋았다”고 했다.
김광현은 지난 4일 창원 NC전에서 5이닝 동안 10안타(1볼넷) 6삼진 7실점(6자책)한 뒤 무려 열흘 만에 마운드에 오른다. 여기에는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김광현을 향한 배려도 녹아 있다. 김광현도 세월을 피할 수 없다. 김광현은 올해 28경기에 등판해 10승10패 평균자책 5.00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김광현이 5점대 평균자책으로 시즌을 마감한 것은 데뷔 이후 처음이다. 퀄리티스타트도 9회에 그쳤다. 과거와 같은 힘으로 압도하는 투구는 더이상 타자에게 통하지 않는다.
시즌 막판 페이스도 좋지 않았다. 김광현은 9월 이후 3승1패를 거뒀다. 표면적인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21.2이닝을 던지는 동안 32안타(17자책)를 맞았다.
그러나 김광현은 흔히 말하는 큰 경기에 강한 선수다. 포스트시즌에서만 통산 23경기에 나섰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고, 4승4패 3홀드 평균자책 3.63의 빼어난 기록도 남겼다. 큰 경기에서는 늘 ‘해결사’로 통했다.
SSG에 있어서는 최정과 함께 상징이나 다름없다. 김광현이 데뷔한 해부터 ‘왕조’가 시작됐고,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모두 그가 뛸 때 완성된 기록이다. 세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때는 마무리 투수로도 나서 우승을 확정하는 세이브를 따내기도 했다.
김광현은 현재 SSG의 주장이기도 하다. SSG가 1차전을 삼성에 내주며 김광현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김광현이 반등하면 이어질 ‘가을 야구’에서도 긍정적인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한편 포스트시즌 통산 98개의 삼진을 기록 중인 김광현이 다음 등판에서 6개를 추가하면, 선동열(전 해태·103개)을 넘어 이 부문 1위로 올라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