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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찰스 브라운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전격 경질했다. 현지 언론들은 흑인인 브라운 전 의장이 2020년 경찰에 의해 살해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린 것과 관련이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브라운 의장을 경질하고 예비역 공군 중장인 댄 케인을 차기 합참의장으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 흑인 합참의장인 브라운 전 의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 때인 2023년 10월 임명됐으며 임기가 2년 8개월 가까이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경질의 이유를 별도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미국 매체들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군대 내에서 금지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따른 결정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DEI는 인종·성차별 근절을 목적으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DEI가) 정작 백인과 남성에 역차별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미국 최초의 여성 해군참모총장인 리사 프란체티 제독을 포함한 군 수뇌 5명에 대한 교체 지시도 내린 것도 군 내 DEI 금지와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첫 날에는 해안경비대 역사상 최초 여성 사령관인 린다 페이건 제독을 해임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브라운 전 의장이 2020년 플로이드 사건 직후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옹호하는 영상을 올린 것이 그가 갑작스럽게 경질된 이유라고 봤다. 당시 태평양 공군 사령관이던 브라운 전 의장은 자신이 군 복무 기간 겪은 인종차별 사례들을 영상에 담아 큰 화제가 됐다. 백악관 한 관계자는 “영상을 본 대통령이 (브라운 전 의장에게서) 완전히 돌아섰다”고 NYT에 전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도 폭스뉴스 진행자 시절인 지난해에 발간한 저서에 ‘브라운 전 의장은 흑인이기 때문에 합참의장 자리에 올랐을 수 있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