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의 특약 조정 위한 사채권자 집회 개최
조기 상환 리스크 발발한 조항 삭제 안건 가결
롯데월드타워 담보, 에셋라이트 추진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
“대부분 채권자가 가장 많이 요구하셨던 것들이 신용보강 쪽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신용보다 높은 은행권, 금융권 신용보강이 됐기 때문에 사채권자들이 거의 다 만족하셨다고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성낙선 롯데케미칼 재무혁신본부장(CFO)은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날 열리는 회사채의 특약 조정을 위한 사채권자 집회에서 ‘신용보강’ 카드로 사채권자 설득에 나선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유동성 위기설’로 인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롯데월드타워 담보, 유동성 자금 보유 능력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날 재무특약 조정이 큰 이견 없이 가결됨에 따라 채권자들의 신뢰는 공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사채권자 집회 통해 공모 회사채 14개 실적 관련 재무특약 조정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후 법원인가를 거쳐 해당 특약은 삭제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3개년 평균 이자비용 대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한다’는 안건을 올렸었다.
집회에는 예탁원을 비롯해 60여명의 사채권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집회 공고 및 공시 이후 사채권자들과 순차적으로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월드타워를 활용해 은행 보증 추가 등 해당 회사채의 신용보강 목적으로 주채권은행과 긴밀한 소통을 해왔다.
성 CFO는 “당사가 원하는 대로 다 마무리가 잘 됐으며 특별한 이견 없이 잘 끝났다”고 집회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서면 결의와 실질적으로 사전에 구두로 90% 이상 동의를 받은 상태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내년 만기되는 채권 관련된 채권자들의 우려에 대해서는 “내년도에 저희들이 주가수익스와프(PRS) 등 자금 조달할 수 있는 여러 상품 등을 사전에 만들어 놓은 것들이 있다”며 “내년 부채 비율은 아마 개별 기준에서 조금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차입금도 조금 더 낮아지게 만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가결로 롯데케미칼은 조기 상환 위기에서 벗어나 재무구조가 개선됐다. 채권자들이 롯데케미칼 측의 제안을 받아들인 데에는 롯데워드타워를 담보로 내놓은 것과 에셋라이트(자산경량화) 등 사업 전략을 통해 자금을 지속적으로 확보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케미칼은 에셋라이트 전략 방향에 따라 저효율 사업 구조조정, 비핵심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10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 청산 결정 및 해외 자회사 지분 활용해 1조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특히, 롯데그룹이 나서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것이 결정적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기한이익상실 우려가 발생한 회사채 규모는 2조450억원으로 현재 가치로 6조원이 넘는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은행 보증을 받으며 재무건전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롯데케미칼이 집회를 연 것은 회사채 조기 상환을 막기 위해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30일 기준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발행한 회사채 14개(2조450억원)에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회사채 재무 약정에는 ‘연결 기준 3개년 누적 평균치로 부채비율 200% 이하를 유지’와 ‘3개년 평균 이자비용 대비 EBITDA 5배 이상 유지’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중 첫 번째 항목은 약 75%의 부채비율로 충족하고 있지만 두 번째 항목은 올 3분기 기준 4.3배를 기록하며 충족하지 못했다. 이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글로벌 업황 부진과 중국발 저가 공세로 수천억원 규모의 적자를 낸 상황과 맞닿아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만 6600억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롯데케미칼을 넘어 롯데그룹까지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0월 기준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원을 확보해 안정적 유동성 보유하고 있다”며 “신규 및 경상 투자는 계획 조정을 통해 현금흐름 개선 및 투자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