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은 새 정부 성패 가늠할 첫 단추

2025-06-17

60일 일정으로 지난 16일 국정기획위원회가 출범함에 따라 이재명 정부가 정치·행정적으로 첫 시험대에 올랐다. 국정기획위 구성과 활동이 그만큼 중요해서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7개 분과에 55명의 위원이 참여한다. 새 정부가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함에 따라 국정기획위가 17일부터 부처별로 업무보고를 받고 이 대통령이 공약한 247개 세부과제를 추려 100대 국정과제를 확정한다.

과거 정부들은 출범 초기 국정기획과 실행에서 성공하지 못해 여러 문제를 드러냈다. 새 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첫걸음은 철저하고 책임 있는 국정기획으로 시작해야 한다. 국정기획은 단순히 선언적 비전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그 비전을 현실적인 정책과제로 구체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예산·조직·인력 등 자원의 설계가 뚜렷하게 드러나야 한다. 국정과제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과거 정부, 국정기획 제대로 못 해

국정 비전, 정책으로 구체화 필요

‘정부혁신위원회’ 신설 검토하길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회복·성장·행복이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 비전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과제 숫자보다 어떻게, 무엇을 통해서 실현할지를 보여주는 정책의 구체성이 필수적이다. 국정과제는 ‘시범 사업(pilot study)’이 아니라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책이다. 따라서 모든 과제에는 실현을 위한 행정적 실행력과 동원 계획이 들어 있어야 한다. 특히 과제 중에서 중요도와 시급성, 책임 범위 등에 따라 대통령 과제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투자 확대, 출산율 높이기 등은 관계 부처가 대통령과 함께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다. 한 정부의 성패는 비전의 훌륭함보다 실행을 감당할 책임성과 체계성에 달려 있다. 과거 정부들이 신뢰를 잃었던 가장 큰 이유는 책임성의 부재였다. 여기서 말하는 책임성이란 단순히 ‘잘못했을 때 책임지겠다’는 도덕적·법적 책임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약속한 국정과제에 대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은 더는 포괄적이고 선언적인 약속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중요한 과제 선정과 성과 목표의 제시다. 아울러 이에 대한 성과 계획과 성과 평가 체계의 동시 구축이 필요하다. 객관적 성과지표를 마련하고, 이에 따른 환류(feedback)가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일정한 기한 내에 성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의 책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국민의 동의와 수용성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정책을 대중 추수적으로 설계하자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불가피하게 국민 여론이 갈릴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단호한 결정도 중요하겠지만, 충분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사안일수록 시민들이 정보를 이해하고 토론을 통해 입장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숙의 민주주의’ 장치가 중요하다. 정치권이 아닌 시민들이 국정과정에 참여하고, 정당성과 투명성이 확보되는 과정이야말로 민주적 리더십의 핵심이다.

새 정부의 국정기획 논의를 보면 정부혁신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정책 지향성의 올바른 설정, 좋은 정책과제의 구체적 설정과 함께 중요한 것은 공무원의 실행능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초·광역 지방 자치단체에서 공무원들과 오랜 기간 일한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공공부문 혁신을 선도할 설계도와 실행기구가 필요하다.

필자는 ‘국민주권 정부혁신위원회’의 신설을 제안한다. 이는 단지 조직 하나를 더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AI를 활용한 일하는 방식 혁신, 공무원 인사 시스템 혁신, 공공투자와 재정집행 방식의 효율화 등 구체적인 과제를 주도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부 혁신이 곧 국정과제의 성공 가능성을 결정짓는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국정 비전과 정책과제뿐만 아니라 이를 현실화할 행정혁신의 틀까지 통합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정치 안정화뿐 아니라 그동안 미뤄왔던 국가 정책 현안들에 해답을 제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출발점은 실행할 수 있고 책임 있는 국정기획이다. 선언이 아닌 설계로, 공약이 아닌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책임 있는 실천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성시경 단국대 공공정책학과 교수·한국행정학회 차기회장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